아이들 돕는 보육원 선배들 "버려진 아픔 아니까요"
"자립 위한 징검다리 역할 할것"
보육원에서 나온 아이들을 돕는 사람 중에는 그 처지를 잘 아는 보육원 출신들이 있다.
‘고아권익연대’를 이끄는 조윤환(42)씨는 보육원 출신이다. 택시 기사인 조씨는 2018년 이 단체를 만들어 보육원 보호 종료 아동들을 돕고 있다. 단체에 들어오는 기부금으로 보호 종료된 청소년들의 생활비와 주거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하는 아이들은 모두 150여 명이고, 처지에 따라 금액을 달리해 연간 총 3000만원가량을 지원한다.
작년 초엔 보호 종료 후 노숙 생활을 하던 강모(21)군의 어머니를 찾아주기도 했다. 강군은 어머니 집에서 3개월간 지내다가 현재는 LH가 지원하는 임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조씨는 “막상 부모를 찾아 다시 만나게 해주면, 아이를 거둘 상황이 되지 않아 보육원에 맡긴 것이지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보육원 아이 중에는 부모가 생존해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조사 대상 8985명의 보호 종료 아동 중 3899명(43.4%)이 부모가 생존해 있었고, 생존 여부를 모르는 아동이 3879명(43.2%), 사망 1207명(13.4%)이었다.
경북 어모중학교 체육교사 이성남(44)씨도 보육원 출신이다. 이씨는 같은 보육원 출신 후배가 폐암에 걸려 투병 중인데도 돌봐주는 사람 없이 죽음을 맞는 것을 본 뒤 ‘한국고아사랑협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보호 종료 아동은 보호자가 없는 무연고자 신분이라 장례도 치러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다시는 그 후배처럼 외롭고 슬픈 아이가 생겨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병원비와 장례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무조건 혼자서 살라고 내보내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
실내 조경 업체 ‘브라더스 키퍼’를 운영 중인 김성민(36)씨는 보육원 출신 아이들을 직원으로 뽑는다. 이 회사 총 직원 9명 중 6명이 보육원 출신이다. 회사를 세우기 전까진 도움이 필요한 보호 종료 아동을 찾아다니며 일자리를 알아봐 줬다고 한다. 하지만 일자리를 구해줘도 금세 그만두기 일쑤였다. 김씨는 “보육원 출신이라는 자격지심 때문에 사람들의 호의를 동정으로 치부해 마찰을 빚은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그러다 벽면 녹화를 하는 회사에 보육원 출신 한 명을 소개해줬고, 6개월간 회사를 잘 다니는 모습을 보게 됐다. 오래 다닐 수 있었던 이유를 물어보니 “매일 식물을 대하다 보니까 정서적으로 많이 안정됐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보육원 출신 아이들의 직장으로 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2018년 아예 회사를 차리게 됐다. 김씨는 “보육원 후배들이 직장에서 제대로 대우받으며 기술을 익히고, 나아가 각자의 사업체를 꾸려 자립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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