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남유럽 구한 ‘수퍼 마리오’ 이탈리아도 구원나설까

파리/손진석 특파원 2021. 2. 4.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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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伊차기총리 부상… 유럽銀 총재때 남유럽 위기 해결
2차 대전 이후 66번째 정부가 무너지며 혼란에 빠진 이탈리아를 구출할 구원투수로 마리오 드라기(74)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등장했다.

2차 대전 이후 66번째 정부가 무너지며 혼란에 빠진 이탈리아를 구출할 구원투수로 마리오 드라기(74)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등장했다. 이탈리아 언론은 드라기가 다음 총리가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각) 드라기 전 ECB 총재를 관저로 불러 만났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드라기에게 새 내각을 구성해 달라고 요청했고, 드라기는 이를 수락했다. 의원내각제인 이탈리아는 총리가 행정부 수반이지만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 평소 상징적 존재인 대통령이 내각을 구성할 사람을 지명하는 권한을 행사한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드라기가 중립 성향의 거국 내각을 구성한 뒤 차기 총리가 돼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고 이탈리아 언론들은 보도했다.

마리오 드라기(오른쪽)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 /AP 연합뉴스

이탈리아는 최근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 중도 좌파 민주당 등으로 구성된 연정이 깨지고, 주세페 콘테 총리가 사임을 발표하는 등 정국이 혼란에 빠졌다. 로베르토 피코 하원의장은 2일 기존 연정 내부에서는 차기 정부 구성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고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대통령은 드라기를 구원투수로 호출한 것이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고 정치 혼란을 이겨내려면 명망 있고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데 그 역할에 드라기만 한 인물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드라기는 2011년부터 8년간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9국)의 통화정책을 이끄는 ECB 총재를 맡으며 남유럽 재정 위기를 해결한 주인공이다. 그는 “유로화의 실패를 막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며 과감하게 현금을 풀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수퍼 마리오’다. ECB 총재로 재임하는 내내 ‘향후 이탈리아 총리가 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5년 미국 포천지는 ‘세계의 가장 위대한 10대 리더’를 선정하며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에 이어 드라기를 2위에 올린 바 있다.

드라기는 경제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평가된다. MIT(미국 매사추세츠공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고 피렌체대 교수가 됐다. 이후 ECB 총재가 되기 전까지 세계은행 집행이사, 이탈리아 재무부 차관보, 골드만삭스 부회장, 이탈리아중앙은행 총재를 차례로 지냈다.

드라기의 미래가 순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엘리트에 대한 반감이 큰 원내 1당 오성운동이 그가 총리가 되는 것을 반대할 가능성이 있다. 또 정치권에 직접 발을 들인 적이 없는 그가 복잡한 정국을 풀어내는 수완을 발휘할지도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드라기마저 새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남은 선택지는 조기 총선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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