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년 6개월 나발니 “푸틴, 독살자로 역사남을 것”
러시아 야권의 구심점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政敵)으로 꼽히는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2일(현지 시각) 러시아 법원이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에 반발하는 시위가 모스크바에서 벌어졌고, 서방 주요국은 나발니 석방을 요구했다. 나발니는 작년 8월 독극물 테러를 당한 뒤 독일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달 17일 귀국한 직후 당국에 체포됐다.
모스크바시법원은 이날 나발니에 대한 집행유예를 취소하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러시아 교정 당국은 나발니가 금품 수수 사건으로 2017년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이후 정기적 수사기관 출두와 같은 집행유예 의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실형으로 바꿔달라는 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러시아 당국이 문제 삼은 것은 나발니가 화장품 회사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하지만 나발니 측은 러시아 당국이 조작한 사건이라고 주장해왔다. 관영 타스통신은 나발니가 이 사건과 관련해 이미 1년간 가택 연금을 당했기 때문에 향후 실제 복역하는 기간은 2년 6개월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발니는 이날 공판에서 “내가 체포된 이유는 푸틴의 (나에 대한) 두려움과 증오”라며 “푸틴은 결국 독살자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다. “한 명을 감옥에 가둬 수백만 명을 겁주려는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실형 선고를 받은 직후 방청석에 있던 아내 율리아를 향해 두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였다.
이날 밤 수도 모스크바와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튿날 새벽까지 벌어졌다. 정치범 보호 단체인 ‘OVD인포’는 러시아 전역에서 시위대 약 10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판결 직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내고 “최근 몇 주 동안 부당하게 구금된 많은 러시아인과 나발니를 즉시 석방할 것을 다시 한번 요구한다”며 “시민의 권리를 지켜주지 않는 러시아에 책임을 묻기 위해 동맹들과 긴밀하게 공조하겠다”고 했다. 제재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번 판결은 어떤 종류의 법치와도 동떨어져 있다”고 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나발니를 즉각 석방하기를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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