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호텔 짓고 '아파트' 홍보.. 생활형숙박시설 3년 새 '3.8만개'

김노향 기자 2021. 2. 4.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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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형숙박시설은 주변에 학교 등의 인프라가 없고 주차장 설치기준이 완화돼 주차난이 심각하다 보니 내집 마련을 위해 분양받은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사진=부동산업계
정부가 아파트 대출과 세금, 전매제한 규제 등을 강화하며 이를 회피하기 위한 '생활형숙박시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기존의 주거용 오피스텔과 비슷한 형태지만 '주택'이 아닌 '숙박시설'로 허가 받고 아파트와 같은 내부 설계를 해 주거 용도로 분양하는 방식이다.

이런 생활형숙박시설은 주변에 학교 등의 인프라가 없고 주차장 설치기준이 완화돼 주차난이 심각하다 보니 내집 마련을 위해 분양받은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최근에는 부산이나 강원, 인천 송도 등 관광이 발달한 해안가 지역을 중심으로 호텔 허가를 받아 지은 생활형숙박시설이 아파트 용도로 팔려나가고 있다.

4일 머니S가 국토교통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2020년 생활형숙박시설 인허가 수는 3만7751건을 기록했다. 2018년 1만6214호, 2019년 1만2689호, 2020년 9월 기준 8848호로 전국 인허가 수는 감소했지만 부산의 경우 같은 기간 525호, 1566호, 2094호로 급증했다. 강원은 3498호, 4928호, 2714호를 기록했다.

생활형숙박시설의 증가는 주거용 오피스텔에 대한 정부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지방세법을 개정해 주거용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 포함하고 취득세를 중과하기로 했다. 오피스텔 분양권이나 상업용 오피스텔의 취득세는 4%지만 전입신고를 하면 주택으로 분류돼 보유 주택 수와 합산, 다주택자는 최대 12%의 취득세율이 부과된다.

생활형숙박시설은 여전히 숙박시설로 분류돼 이런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허점이 있다. 최근 분양하는 생활형숙박시설은 ‘아파트와 똑같은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홍보해 일반주택과 차별점을 없앴다. 전매제한 역시 자유롭기 때문에 투자 용도로 사서 세입자를 구해 임대하다가 가격이 오르면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주거용 오피스텔과 다르게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중과세 역시 없다. 실수요자 입장에선 아파트 대비 대출 한도를 높게 받을 수 있다.
자료 제공=국토교통부



4월부터 생활형숙박시설도 규제


정부 관계자는 “유사주택의 가장 큰 문제는 주택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활형숙박시설이 건설되는 땅은 대부분 상업용지로 지정돼 현행법상 주거시설을 지을 수 없다. 하지만 사실상 ‘호텔’로 허가를 받기 때문에 건축이 가능함은 물론 건물 간 간격이나 주차장 면적 등의 규제도 피할 수 있다. 생활환경이 나빠지고 학교 부족, 주차난 등도 우려된다.

일반주택과 같다고 생각해 내집 마련 목적으로 생활형숙박시설을 산 실수요자들은 아파트와 내부 설계만 같은 뿐 각종 인프라 부족이나 열악한 생활환경에 노출되고 있다. 해운대 일대와 북항 재개발구역, 송도해수욕장 일대는 생활형숙박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 각종 규제를 피할 뿐 아니라 부동산 투기와 난개발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사실상 호텔인 생활형숙박시설에 대한 건축허가를 받을 때는 학교 등의 인프라 건설 부담금 의무가 없다. 주차장 기준도 완화돼 주차난 문제에도 노출돼 있다. 생활형숙박시설의 주차장 설치 의무는 아파트의 가구당 1.2대보다 적은 0.5대 수준이다.

정부는 생활형숙박시설 난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를 막기 위해 주거를 금지하는 법안을 마련했다. 오는 4월 이런 내용의 ‘건축법 시행령·시행규칙’ 등 개정안이 시행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생활형숙박시설은 숙박업 신고가 필요한 시설로 명시해야 하고 주택 용도로 사용이 금지된다.

국토부는 건설회사가 생활형숙박시설 분양 공고를 낼 때 ‘주택 사용 불가·숙박업 신고 필요’ 문구를 명시하도록 했다. 생활형숙박시설을 주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하는 경우 허위·과장 광고로 사업자를 고발 조치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생활형숙박시설을 광고하면서 주거상품으로 홍보하는 것은 불법”이라며 “앞으로 분양광고에 ‘주택으로 사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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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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