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琴 vs 국민의힘, 승자끼리 3월초 결선

서울시장 野후보 단일화 속도 붙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화와 관련해 제3지대 경선을 먼저 치르자는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제안을 3일 수용했다. 국민의힘 바깥에서 범야권 후보끼리 먼저 ‘1대1′ 경선을 치르고 3월 초 국민의힘 후보가 정해지면 최종 단일화를 하자는 금 전 의원 구상을 안 대표가 받아들인 것이다. 국민의힘을 향해 ‘야권 통합 경선’을 요구해온 안 대표가 이를 철회하고 ‘2단계 단일화' 방식을 받아들이면서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금태섭 후보뿐 아니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 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 후보들이 함께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그는 “저희가 범야권 후보 단일화 예비 경선 A조라면, 국민의힘은 예비 경선 B조가 될 것”이라며 “야권 후보 적합도나 경쟁력에서 가장 앞선 제가 포함돼 있으니 A리그”라고 했다. 안 대표는 이어 네거티브 없는 경선과 결과 승복, 단일 후보 지지 공개 선언, 국민의힘 후보와 2차 경선을 통한 범야권 후보 단일화 등을 제안했다. 그러자 금 전 의원은 “저의 단일화 제안을 수용한 안철수 후보의 결단을 환영한다. 말씀하신 조건을 흔쾌히 받아들이겠다”고 입장문을 냈다. 안 대표가 ‘2단계 단일화' 방안을 수용한 것은 당내 경선을 통해 후보를 확정한 뒤, 외부 후보와 단일화에 나설 수 있다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방침을 바꾸기 어렵다고 판단한 측면이 크다. 제3지대 경선을 통해 제1야당 경선보다 더 큰 관심을 모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5호에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제3지대 단일화'를 전격 수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의 제3지대 단일화 확정을 반겼다. 김종인 위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단일화로 가는 과정이 원래 그런 것”이라며 “잘된 일”이라고 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도 “복잡하게만 여겨졌던 야권 단일화 방정식이 훨씬 단순하고 명료해졌다”고 했다. 이날 김 위원장과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은 연석회의를 갖고 기존 절차대로 내부 경선을 통해 당 후보를 확정하고 3월 초에 야권 최종 단일화를 이루는 방안에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시장도 “단일화 성공의 서막이 보이는 듯하다” “당의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일부 후보는 경계의 목소리도 냈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설 연휴 밥상 민심을 안철수·금태섭 단일화 이벤트에 넘겨줄 순 없으니, 우리도 설 연휴 전에 별도의 토론회를 열자”고 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야권 단일 후보는 3월 초·중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자체 경선을 진행 중인 국민의힘은 5일 본경선에 진출할 예비 후보 4명을 발표하고, 스탠딩 토론과 100% 시민 여론조사 등을 거쳐 다음 달 4일 최종 후보 1명을 선출한다. 이에 따라 야권 후보 최종 단일화 과정은 3월 4일 이후 진행된다. 안 대표와 금 전 의원은 4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제3지대 단일화 룰을 논의한다. 금 전 의원은 단일화 룰을 정하는 과정이 복잡할 게 없으니 설 전에 정책 토론부터 하자는 입장이다. 그는 “단일화 룰을 두고 너무 오래 논의하면 자칫 샅바 싸움으로 비칠 수 있으니 서로 비전과 정책을 놓고 토론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반면, 안 대표 측은 “여론조사 방법과 토론 방식 등에서 세부 규칙을 정하고 난 뒤 토론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단일화 또한 3월 4일을 전후해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야권 핵심 관계자는 “양측 후보가 확정된 뒤, 본선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최종 단일화 과정이 일주일을 넘겨서는 안 된다”며 “선관위 후보 등록이 3월 18~19일이니 단일화도 15일 이전에 잡음 없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