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만의 도발하는 건축] 거주하는 다리
[경향신문]

다리는 끊어진 도시의 통행을 연결하는 수단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교통의 기능에서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나아가 인간이 거주하며 일하는 생활 터전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면? 분명 도시 주거문제나 지역의 단절을 해소하며 걷기 편한 도시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사례로는 1345년 만들어진 이탈리아 피렌체의 아르노강을 가로지르는 베키오 다리일 것이다. 두개의 교각과 세 개의 교량 판으로 구성된 다리는 가운데 마차 두 대가 지날 수 있는 도로가 있고 양옆으로 아기자기한 상가가 연속으로 이어져 있다. 수많은 관광객들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자신이 다리를 건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이처럼 베키오 다리는 통행이라는 기본 목적을 수행하면서 도시와 도시를 보다 매력적으로 연결한다.
이러한 아이디어의 연장선에서 1925년 뉴욕에서 열린 한 미래건축 전시회에서는 보다 대담한 시도가 발견된다. ‘거대도시: 그림으로 표현하는 도시의 미래 1926년에서부터 2026년’ 전시에 출품된 아파트 다리라는 구상이다. 이 작품은 건축가 하베이 윌리 콜베트의 계획을 당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인 휴 페리스가 그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도시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도시로 이주하는 것을 꿈꾸었다. 날로 밀도가 높아져 가는 도시에 가용 부지 부족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적 접근으로 맨해튼이 섬이라는 가능성에 주목하였다. 이러한 직주 가능한 다리를 곳곳에 최대한 많이 만듦으로써 교통 면에서 연결성도 좋아지고 늘어나는 도시인구를 효율적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휴 페리스는 다리라는 특성은 주변에 다른 건물이 없어서 채광이나 환기의 쾌적성 측면에서 유리하며 하부 강의 높이에서는 잔교나 수상택시로, 상부 교량 높이에서는 자동차를 이용해서 집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역설한다. 공공개발로 짓는다면 물론 부지수용 비용은 전혀 들지 않지만 공학적인 측면에서 타당성은 아직까지 쉽게 가늠되질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기반시설의 단일기능으로부터 다기능화에 대한 비전은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매력적인 가능성으로서 살아 숨 쉬고 있으며 어느 틈에는 그림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조진만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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