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공간서 아바타 공연 관람".. IT-엔터 콘텐츠 융합 본격화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134개국 출시
AI가 스타 목소리로 모닝콜-안부.. 네이버 '브이..'-빅히트 '위버스' 통합
가상공간서 회의 SKT '밋업' 등.. 통신사들도 생활형 서비스 내놔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메타버스(metaverse)’와 K팝 팬덤이 결합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공간에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 경제, 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가상현실(VR)에서 한 단계 발전한 개념이다.
지금까지 게임 등 온라인 공간에서 실험적으로 선보였던 메타버스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와 결합되면서 본격화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프라인 활동이 제한된 영향이 크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28일 K팝 플랫폼 유니버스를 134개국에 동시 출시했다. 사전예약에만 188개국 400만 명이 참여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엔씨소프트의 AI, 모션캡처 등 기술력이 총동원된 유니버스는 가상공간에서 팬들과 스타의 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실제 스타 목소리를 딥러닝한 AI가 팬이 원하는 시간에 모닝콜을 해주거나 안부를 묻는 ‘프라이빗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게임 캐릭터에 현실감과 생동감을 주기 위해 축적한 3차원(3D) 스캔 기술 등을 스타 아바타에 적용해 실제 표정과 움직임을 세심하게 재현했다.
국내 정보기술(IT)업체들이 잇달아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협업에 나선 이유는 K팝 팬덤이 글로벌 시장과 미래 소비층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글로벌 팬층과 접점이 필요한 기획사들도 오프라인 행사를 대체할 메타버스 기술력을 필요로 했다. 팬덤과 융합한 메타버스의 시장성은 이미 여러 번 검증됐다. 미국 인기 래퍼 트래비스 스콧은 지난해 4월 게임 포트나이트의 소셜 공간(‘파티 로열’)에서 아바타 공연을 했는데 무려 1230만 명의 유저가 몰렸다.
5세대(5G) 킬러 콘텐츠 발굴에 공들여온 통신사들도 생활맞춤형 메타버스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은 가상공간에 최대 100명까지 동시 접속해 콘퍼런스,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모임을 할 수 있는 ‘버추얼 밋업’ 서비스를 지난해 10월 출시했다. 모니터로 직장상사 얼굴을 대면해야 하는 ‘화상회의 스트레스’ 대신 아바타로 원격회의를 할 수 있다. KT는 부동산 거래를 할 때 실제 현장을 방문하는 대신 VR 기기로 생생하게 보는 ‘가상 임장’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해 3월 출시된 닌텐도의 ‘모여봐요, 동물의숲’ 게임 내에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바타로 선거 유세를 했고, 홍콩 민주화 시위자들이 캐치프레이즈를 걸며 정치 활동을 했다. 1억 명 이상의 유저가 이용 중인 메타버스 게임 ‘로블록스’에서는 아바타로 돈을 벌어 가상세계에서 사용하는 경제 활동도 일어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25년 메타버스 관련 산업 규모는 2800억 달러(약 31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메타버스:: |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3차원(3D) 가상세계에서 개인과 콘텐츠가 모여 현실처럼 교류하는 공간. 1992년 미국 SF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가상의 분신인 아바타와 함께 처음 소개됐고 매트릭스(1999년), 레디 플레이어 원(2018년) 등 영화 배경으로 구현됐다. |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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