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에서] 툭하면 기업 쥐어짜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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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MB 정권 때에도 비슷한 개념의 이익공유제를 추진했다가 흐지부지됐다. 또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많은 대기업이 이미 성과공유제라는 이름으로 혁신의 성과를 나누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익을 본 기업이 극소수인 데다가, 자금 여력까지 따지면 낼 수 있는 곳이 4대 그룹 정도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왜 이런 카드를 꺼낼까? 일반적 해석은 “보궐선거를 앞두고 ‘강자 대 약자’의 대립 구도를 만드는 득표 전략”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정치권의 습관적인 기업 쥐어짜기다. 기업을 적폐의 대상으로 취급하다가 경제적 필요가 생기면 기업 문부터 두드린다. 2018년 들어서 ‘일자리 증가’가 8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하며 폭락했다. 그해 정부가 최저임금을 14.7% 급격히 인상하면서 일자리 감소에 직격탄을 날렸다. 사고는 정부가 쳤는데, 수습은 기업이 맡았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기업에 SOS를 쳤다. 3월부터 ‘SK 80조 투자에 일자리 2만8000개’ ‘삼성 180조 투자, 4만명 채용’ ‘한화 22조 투자, 3만5000명 채용’ 같은 천문학적 투자와 일자리 계획들이 줄줄이 뒤따랐다. 대통령이 주요 국가를 방문하기라도 하면, 기업들의 ‘투자 보따리’부터 뒤진다. 이번에도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준비하면서, 기업들로부터 미국 투자 계획을 취합 중이라고 한다. 그러고도 이재용 삼성 부회장처럼 기업인이 곤란한 상황에 놓이면 언제 봤냐는 듯이 외면하고, 기업 규제는 강화하고 있다.
무능(無能)에서 비롯한 기업 의존증은 정권마다 반복해서 나타난다. 정부의 판단 착오로 뒤늦게 부산을 떨고 있는 코로나 백신도 마찬가지다. 작년 말 백신 확보가 늦어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뒷수습에 또 기업들이 불려왔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백신 확보를 도와달라”며 기업에 또 손을 내밀었다. 지난해 코로나 환자 급증으로 치료 시설이 부족했을 때는 삼성·현대차·SK·LG 등이 자발적으로 기업 연수원을 치료센터로 내놨다. 이뿐만 아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같은 국가적 프로젝트에는 늘 기업인들이 동원된다.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대기업 임원은 “기업에 손 벌리는 데는 좌·우, 보수·진보 구분이 없다”며 “국가 일에 기업도 힘을 보태야 하지만, 한국 정부는 그걸 너무도 당연시한다”고 했다.
정책을 기업 투자로 대체하고, 외교력 부재를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로 메우는 일이 반복되다 보니, 정부의 능력은 오히려 퇴보하는 것 같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995년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했다. 25년이 지나 변한 것은 몇 곳 일류 기업이 생겼고 정치가 5류로 전략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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