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정적' 나발니 결국 감옥으로.. 외신 "정치 영향력 더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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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인 수백만 명에게 겁을 주려고 나 한 사람을 감옥에 보내려는 것이다. 거짓된 재판을 멈춰야 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나발니 석방을 요구한다. 동맹국들과 협력해 러시아에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나발니에 대한 판결이 있은 법정에서 미국 영국 등 6개국 외국 대사관 직원이 20명이나 발견됐다"며 "이는 러시아 내정에 대한 간섭을 넘어 판사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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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 시위 1400명 넘게 체포돼
美-英-佛 등 일제히 '석방' 촉구..NYT "푸틴 승리 아닌 나발니 승리"
부인에게 ‘하트’ 보낸 나발니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가 2일 모스크바 법원에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후 피고인석에서 아내 율리야를 향해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리고 있다(오른쪽 사진). 남편의 정치적 동반자이자 야권의 퍼스트레이디로 불리는 율리야도 이날 공판에 참석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
2일 러시아 모스크바 시노놉스키 법원. 법정에 선 알렉세이 나발니 전 러시아진보당 대표(45)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에 찬 표정이었다.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법원은 이날 심리를 시작한 지 9시간 만에 나발니에 대해 종전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취소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러시아 교정당국인 ‘연방형집행국(FPS)’의 청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나발니는 선고가 끝난 뒤 법정을 나가면서 아내 율리야에게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고 했다.
나발니는 2014년 프랑스의 화장품 회사 ‘이브 로셰’로부터 3100만 루블(약 4억5000만 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이 판결에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고 봤으나 러시아 법원은 유죄 판단을 고수했다. 2일 법원의 결정으로 집행유예가 취소되면서 나발니는 앞으로 2년 6개월간 복역하게 됐다. 앞서 가택연금으로 1년을 보냈다. 나발니 측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낮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은 전했다.
법원이 나발니에 대한 형 집행유예를 취소한 표면상의 이유는 ‘의무 위반’이다. FPS는 지난해 나발니가 집행유예 기간에 지켜야 할 사항들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집행유예 취소 및 실형으로의 전환 청구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나발니는 지난달 17일 귀국하자마자 공항에서 바로 체포됐다.
이번 판결은 종신집권을 노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나발니 죽이기’라는 게 현지 언론의 분석이다. 나발니가 체포된 뒤 러시아 곳곳에서는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도 법원 인근에서는 “나발니에게 자유를”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든 시민들이 지지를 보냈다. 집행유예가 취소되자 이에 항의하는 시위가 모스크바 등 10개 도시에서 열렸고 1400명 이상이 체포됐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푸틴 정권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독극물 테러를 당한 뒤 독일 베를린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그는 푸틴 소유라는 의혹이 제기된 1조4700억 원 규모의 궁전과 숨겨진 딸 엘리자베타(18)의 호화생활에 대해 폭로하는 등 반푸틴 세력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이번 판결로 나발니의 정치적 입지는 오히려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겉으로 보기에는 푸틴의 승리 같지만 나발니가 승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경기 침체 장기화로 반푸틴 정서는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러시아의 실질소득은 3.5% 감소했고 물가상승률은 4.9%, 실업률은 6%대로 올라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사회는 나발니 구하기에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나발니 석방을 요구한다. 동맹국들과 협력해 러시아에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위터에 “민주주의, 자유, 인권에 대한 존중은 타협할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정의를 충족하지 못한 비겁한 판결”이라고 러시아 법원을 비판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나발니에 대한 판결이 있은 법정에서 미국 영국 등 6개국 외국 대사관 직원이 20명이나 발견됐다”며 “이는 러시아 내정에 대한 간섭을 넘어 판사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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