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건강 백세
[경향신문]
탄줘잉은 중국의 저명한 편집자로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몇 가지’를 따복따복 정리했다. 예를 들자면 악기 하나 배워보기,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부하기, 매일 15분씩 책 읽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기부하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하기, 자신에게 상장 수여식, 부모님 발 닦아 드리기, 동물 친구랑 사귀기, 고향을 찾아 가보기, 추억이 담긴 물건 간직하기, 큰소리로 사랑한다고 외치기, 자서전 쓰기, 혼자서 여행을 떠나보기, 낯선 사람에게 말 걸어보기, 동창 모임에 찾아가기, 나무 한 그루 심기, 용서하고 용서받기, 약속을 꼭 지키기, 매일 건강에 투자하기, 먼 곳에 사는 친구를 사귀어보기 등등.
여기서 매일 15분씩만 책을 읽으면 한 해에 30권쯤 책을 읽게 된다고 한다. 기독교 책이라면 구약과 신약. 그렇다면 불교는? ‘절약’이라는 책이 있단다. 시간을 아끼고 절약하면 큰 깨달음과 발전이 있으리라. 나는 평생 동창 모임에 나가보지 않았다. 추억으로 두지 뭘 그걸. 삐뚤삐뚤 살아온 인생인데 무슨 자서전. 용서하기보다 용서받을 일이 더 많은 죄인. 약속이라면 독촉받기 전에 신문사 마감이나 잘 지켜야지. 살아 있는 동안 해야 할 일이야 많다지만 구태여 하지 않아도 되는 핑계도 많은 나이렷다. 그래도 꼭 해보고 싶은 건 매일 건강에 투자하는 일. 건강하게 살다 죽어야 할 텐데 슬슬 걱정이 되기도 한다.
동네 할매들 근황을 여쭸더니 치과 병원에들 댕기신다고. “잘 씹어 생케야 길게 살재.” 한라봉 하나 나눠 먹는데, 호물호물 어르고 달래다가 급기야는 쪽쪽 빤다. 야들아! 명절에 오지 말고 돈 부쳐라. 이빨을 해야 백살까지 살재. 잇몸에 좋다는 약도 구해다가 끼니마다 잡순다. “니들이 약 맛을 알아?” 뭐 그런 표정은 비극적이면서도 유쾌하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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