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바이러스, 김해·양산·구미·나주서 발생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첫 ‘지역 감염’ 사례가 나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경북 구미에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경남·전남에서 발생했다. 해외에서 급속하게 번지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도 대유행을 일으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방역 당국은 3일 “지난 1일부터 검체 27건에 대해 유전체 분석을 한 결과 1명은 남아공 변이, 4명은 영국발 변이로 나타났다”며 “둘 다 모두 지역 감염 사례”라고 밝혔다. “변이가 퍼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고도 했다. 이로써 영국·남아공·브라질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총 39건으로 늘어났다. 영국 변이가 27건, 남아공·브라질 변이는 각각 7건과 5건이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는 경남 김해(1건)·양산(2건), 전남 나주(1건) 등지에서 나왔다. 4명 모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입국한 외국인 1명의 친척들로, 국내에서 영국 변이에 추가 감염됐다. 방역 당국은 확진 판정을 받은 다른 외국인 34명도 “변이 바이러스 감염 가능성이 크다. 확인 중”이라고 했다. 38명 확진자들은 대부분 시리아·이라크 국적의 외국인이다. 이들과 접촉한 185명(경남·전남·부산 거주)에 대해서도 역학 조사를 진행 중이다.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2차, 3차, 4차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남아공 변이는 가족 간 감염 사례다. 두바이에서 입국한 30대 여성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같은 집에 사는 모친도 감염됐다.
이들 가운데 처음 확진자는 지난달 7일 발견됐다. 지역 감염일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정부는 그로부터 한 달 가까이 늦은 이달 초 변이 바이러스의 연쇄 감염 여부를 조사해 이날에야 발표했다. 영국·남아공·브라질 등 3종의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모두 확인된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9국뿐이다. 우리나라도 그중 하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작년 말부터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확산이 우려된다”고 했다. 실제로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달 7일 1명을 시작으로 지난달 13일엔 6명, 지난달 14일엔 12명 확진자가 나왔다. 이후에도 지난달 29일까지 매일 1~2명씩 나왔다. 정부가 뒤늦게 조사해 3일에서야 발표한 것을 두고, 늑장 행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지역, 연령, 성별로 일정 비율의 확진자들을 전장 유전체 검사를 하는 식으로 변이 바이러스 실태 파악을 하자고 전문가들이 작년 말부터 여러 번 건의했는데 정부가 듣질 않았다”며 “정부는 늘 일이 터진 뒤에야 뭘 한다고 한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 관련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방역 당국은 지난 2일 남아공 변이 감염자 관련 지역 감염인지를 확인하는 본지 등의 질의에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전문가들과 언론, 국민이 ‘변이 지역 감염’ 정보를 공개하라고 강하게 요구하자 이날에야 발표한 것이다. 의료계에선 “정부가 변이 지역 감염을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확대 등 지금이라도 변이 지역 감염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노바백스는 임상 결과에서 영국 변이에 85.6%의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왔고, 다른 백신들도 영국 변이엔 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문제는 남아공·브라질 변이이다.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1일(현지 시각) CNN 인터뷰에서 “기존 코로나에 감염됐더라도, 남아공 변이의 재감염을 막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남아공발 변이에) 재감염될 확률이 아주 높았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해외 주요국보다 백신 접종 시기도 늦고 백신 물량이 부족해 올 상반기 접종자도 적다. 전 국민(5183만명) 5명 중 1명 정도(1030만명)만 올 상반기 접종 대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이 바이러스 대유행이 닥치면 속수무책 상황이 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입국 제한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아직 영국발 항공편만 차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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