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지진으로 마모.. 에밀레종 보존위해 '디지털 건강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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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경북 경주시 국립경주박물관.
박물관이 문을 닫을 때쯤 10여 명이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국보 제29호) 앞에 모였다.
연구를 담당한 이승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야외에 노출된 에밀레종의 전시 환경으로 인해 표면 문양 및 명문에서 부식과 마모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며 "외부 환경으로 인한 변화 양상을 비교 측정하기 위해 기준치를 세우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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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전시관 주변 광각 촬영.. 디지털 정밀자료 구축 나서
이들은 종 바깥에 쓰인 1000여 자의 명문(표면에 새긴 글)을 비롯해 당좌(종을 칠 때 망치가 닿는 자리), 비천상(여성 선인을 그린 그림) 등 각종 문양을 스캐닝했다. 종의 각 부위를 스캐닝한 이미지들을 합치면서 4시간 동안 이어진 작업이 마무리됐다. 신라시대 금속공예 대작이 디지털로 기록된 순간이었다.
에밀레종은 불국사, 석굴암과 함께 8세기 신라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공예품으로 올해로 조성된 지 1250주년을 맞았다. 이 종은 국내에 완형으로 남아 있는 가장 큰 종이다.
국립경주박물관과 국립공주대는 2018년 기초조사를 시작으로 에밀레종에 대한 디지털 정밀기록 작업을 진행해 내년에 완성할 예정이다. 연구를 담당한 이승은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야외에 노출된 에밀레종의 전시 환경으로 인해 표면 문양 및 명문에서 부식과 마모가 함께 진행되고 있다”며 “외부 환경으로 인한 변화 양상을 비교 측정하기 위해 기준치를 세우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일각에선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에밀레종을 실내로 옮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물관은 실내 이전에 대해선 아직 정해진 방침이 없고 일단 보존 상태에 대한 판단 근거가 필요하기 때문에 디지털 작업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1999, 2009, 2017년 총 세 차례 이뤄진 문화재청과 국립경주박물관의 디지털 기록사업은 3차원 스캐닝 해상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해상도를 최대 9배로 높여 에밀레종의 전체 형상은 물론 종을 둘러싼 종각 지붕과 주변 환경까지 종합적으로 촬영했다.
에밀레종 자체뿐만 아니라 주변 공간까지 촬영한 이유는 뭘까. 경주는 역사적으로 지진이 자주 일어난 곳이다. 2016년에는 리히터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했다. 지진으로 인해 모양이 변형되거나 종과 종각 사이의 간격이 벌어지는 등 구조적 변형을 관측하려면 주변 공간에 대한 촬영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전체 형상뿐만 아니라 에밀레종에 새겨진 세밀한 문양도 디지털로 기록했다. 정밀 스캐닝을 통해 기존 데이터만으로 보이지 않는 복잡한 문양이나 글자 명암, 음영 등을 강조해 보여줄 수 있다. 에밀레종에 새겨진 1000여 자의 명문 가운데 아직 판독되지 않은 글자가 다수인 만큼 디지털 기록은 향후 재판독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박물관은 에밀레종의 손상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10월 타음(打音) 조사도 진행했다. 기존 음향 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종 소리에 영향을 줄 정도의 구조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물관은 조사 당시 녹음한 음원을 바탕으로 ‘성덕대왕신종 소리 체험관’을 만들어 8일부터 일반에 공개한다. 약 50m² 규모의 체험관에선 에밀레종의 탄생신화를 각색한 13분짜리 영상과 더불어 잡음이 배제된 순수한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경주=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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