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안과 밖] 코로나19가 바꾼 교육의 지형
[경향신문]
지난해, 교육에서 드러난 큰 차이 중 하나는 지역별 등교 일수였다. 수도권에선 등교 일수가 20일이 안 되는 학교가 있었던 반면에 지역의 소도시에서는 90일 이상 등교한 곳도 있었다. 지역 전파가 심하지 않던 상반기만 해도 시골 아이들은 날마다 학교를 갔다. 확진자가 거의 없고 유동 인구도 적은 덕분이었다.
길어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육 환경의 변화를 꾀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특히 대도시에 거주하는 가정 가운데 시골로 이주를 고려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당장 귀촌이 어려우면 가족 일부라도 시골로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보호자들의 시의적인 고민을 반영한 교육정책이 새로 도입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과 전남교육청의 협약으로 올 3월부터 시행하는 농·산촌유학 제도다.
일본에서 시작해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 알려진 농촌유학은 도시의 학생이 보호자 없이도 시골 학교로 전학할 수 있는 기회다. 마을에서 홈스테이를 하거나 농촌유학센터에서 소규모 그룹으로 지낸다. 개인의 선택이던 이 시스템이 코로나19 시국을 만나 교육청 간 협약 정책으로 진화했다. 기존의 농촌유학과 다르게 가족이 이주하는 경우, 지자체에서 주거지를 제공한다. 참여 학생 106명 중 68명이 가족체류형을 선택한 것은 명백히 코로나19의 영향일 것이다.
학교와 가정의 돌봄 공백이 커지자 초등대안학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것도 변화 가운데 하나다. 마을교육, 방과후 교실 같은 돌봄 체계를 잘 갖춘 대안초등학교들은 올해 신입생이 부쩍 늘어났다. 홈스쿨링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도 많아졌다. 불규칙한 등교와 온라인 학습으로 겨우 역할을 이어가는 학교를 아예 그만두고, 아이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자유롭게 시간을 쓰고자 하는 선택이다. 비록 전염병 때문에 떠밀리듯 시작되기는 했지만, 다른 길을 찾는 이들의 선택은 ‘아이들에게는 어떤 교육이 필요할까’ 하는 질문의 결과이다. 궁극적으로 교육을 바라보는 부모들의 관점이 점점 변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변화의 물살은 더 거세질 것이다. 배움의 주체인 아이들 또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 1학년 학생을 만나는 교사가 들려준 이야기다. 코로나19가 잠잠해져 주5일 등교를 하던 시기, 한 아이가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더란다. 수업 활동을 권하자 “집에 가서 온라인으로 할 건데요? 왜 지금 해야 돼요?” 하더란다. 이 아이는 입학식도, 첫 수업도 온라인으로 경험한 세대다. 다른 비교치가 없는 1학년 아이에게 주5일 꼬박꼬박 드나들어야 하는 학교는 어떤 의미일까. 교사는 끝내 아이를 설득하지 못했다고 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모여 일제히 같은 행위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상상치도 못한 팬데믹으로 뜻밖의 일들이 연속 일어나고 있다. 뜻밖의 변화를 뜻대로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끈질기게 물어야 한다. 애써 묻어온 질문을, 코로나19 팬데믹이 적나라하게 들추어내고 있다. 교육이란 무엇인가, 학교란 무엇인가. 인간의 성장에 필요한 것은 정말 무엇일까. 그 질문 끝에 과감한 실천이 뒤따른다면 교육의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지도 모른다.
장희숙 교육지 ‘민들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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