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다 인간다운 곳에서
근로기준법 제54조(휴게)에서 근로시간이 4시간인 경우 30분 이상, 8시간인 경우에는 1시간 이상의 휴게 시간을 근로시간 도중에 주도록 정하고 있다. 보통 점심시간이라고 알고 있는 휴게 시간은 노동자가 밥을 먹든, 학원에 가든, 친구를 만나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식사를 하면서 전화 업무 등을 위해 대기하도록 한다거나 업무상 필요한 회의를 한다면 노동자에게 휴게 시간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 휴게 시간을 보장하지 않는 사용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렇게 근로시간 도중 쉴 수 있는 시간에 대해 근로기준법에서 정하고 있다면, 노동자가 쉴 수 있는 공간, 즉 휴게 공간은 어떨까. 산업안전보건법 제5조(사업주 등의 의무)에서 근로자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는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가 고열·한랭·다습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휴식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시설을 그 고열·한랭·다습 작업과 격리된 장소에 설치하고, 폭염에 직접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는 휴식 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그늘진 장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런 경우 휴게 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휴게 공간 제공은 아직도 권장사항에 불과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서서 일하는 노동자가 작업 중에 기회가 있으면 때때로 앉을 수 있도록 의자를 갖추고, 야간에 작업하는 노동자가 수면을 취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적당한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장소를 남녀 각각 구분해서 설치하며 침구와 그 밖에 필요한 용품을 갖추어 정기적으로 청소·세탁 및 소독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환경미화 업무,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작업, 근로자의 작업복이 심하게 젖게 되는 작업, 장시간 근로·야간작업을 포함한 교대작업·차량운전 및 정밀기계 조작 작업 등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은 작업, 고객·환자·승객·학생·민원인을 상대하는 감정노동 업무, 백화점·면세점 등에서 주로 서서 일하는 업무와 같이 일할 때 건강과 안전이 더 요구되는 경우 비록 법정의무가 아니지만 우선적으로 휴게 시설을 설치하라고 권한다. 사무직으로만 구성된 사업장에서도 고객응대나 전화통화 같은 업무 때문에 휴게 시간을 방해받지 않도록 사무 공간 내에라도 자유로운 휴식이 보장되는 공간을 설치하라고 권장한다.
비상구 뒤 계단이, 화장실 한편이, 어둡고 좁은 공간에 펼쳐놓은 종이박스가 노동자들의 휴게 공간인 경우를 아직도 종종 발견한다. 그런 곳에서 식사를 하고 쪽잠을 잔다. 이런 휴게 공간조차 없는 경우도 있다. 고열·한랭·다습 작업 또는 폭염에 노출되는 옥외 장소에서 작업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노동자에게 일정한 조건 이상의 휴게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법적 강제가 아니라 고용노동부가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로 권장하는 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4조(도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에 따르면, 직접 노동자를 고용하지 않고 사업을 타인에게 도급했더라도 휴게 시설, 세면·목욕 시설, 세탁 시설, 탈의 시설, 수면 시설 설치에 관해 안전보건 규칙에서 정하는 기준을 준수할 수 있도록 수급인에게 장소를 제공하거나 자신이 설치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 도급인에게 안전·보건 조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휴게 시설을 설치하고 관리할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확장되어 청소용역 노동자, 협력업체 노동자, 파견업체 노동자, 입점업체 판매 노동자들이 휴게 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김민아 (노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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