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 'P플랜' 휘청·르노삼성 파업 위기..車업계 비상(종합)

박주연 2021. 2. 4. 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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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 HAAH오토모티브 출국..부품공급 중단에 5일까지 가동중단
르노삼성 노조 파업 투표 가결..프랑스 르노발 희망퇴직 등 긴축
쌍용차 협력사 "줄도산 위기..10만 직원·20만 가족 생계불안 시달려"
[서울=뉴시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사진=뉴시스 DB) 2021.02.02.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째 이어지며 국내 완성차업체 중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낮은 쌍용차와 르노삼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대차·기아가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쌍용차와 르노삼성은 내수시장 경쟁심화와 실적 악화, 코로나19로 인한 모회사의 타격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하며 양극화가 커지는 모습이다. 쌍용차와 르노삼성의 실적이 악화하며 협력업체들 역시 줄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 출국…쌍용차 평택공장 5일까지 생산중단

3일 업계에 따르면 유동성 위기로 'P플랜'(사전회생계획·Pre-packaged Plan) 및 매각을 추진 중인 쌍용차의 잠재적 투자자 'HAAH오토모티브'가 자금 지원 계획을 최종 결정하지 않고 출국해버렸다. 쌍용차의 대주주 마힌드라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장에서 나간데 이어 HAAH오토모티브마저 출국해버리며 쌍용차의 운명은 안갯속으로 빠졌다.

생산 차질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부품업체들이 대금 지불을 요구하며 부품을 공급하지 않으면서 1일부터 평택공장이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으며, 3~5일에도 차량 생산을 중단한다.

쌍용차의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시한이 오는 28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며 쌍용차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HAAH오토모티브는 자신들이 쌍용차에 2억5000만 달러(약 2800억원)를 투자하는 조건으로 KDB산업은행이 같은 규모의 금액을 지원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최대현 산은 선임부행장은 이와 관련, 지난 2일 "잠재적 투자자(HAAH)가 P플랜에 대한 의사결정을 못하고 출국해 산은도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없는 단계"라며 "사업계획 타당성 미흡 등으로 P플랜 진행이 어려워지면 쌍용차는 통상의 회생절차를 밟는 게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의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은 -662억원으로 현재 완전 자본잠식상태다. 오는 3월31일까지 자본금 전액 잠식 사유 해소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장 폐지될 수 있다.

◇르노삼성, 경영난에 희망퇴직까지…노조 파업투표 가결

르노삼성 역시 유럽이 거점인 모회사 르노그룹이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으며 악재에 휩싸였다. 프랑스 르노그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수익성을 중심으로 경영 전략을 전환하는 새로운 경영전략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하며 한국시장의 수익성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초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종료되고, 르노로부터 후속물량을 받지 못하며 심각한 생산·수출절벽을 겪어왔다. 지난해말부터 XM3의 유럽 수출이 시작됐지만 유럽시장의 수요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아 고전 중이다.

이달 초 전체 임원의 40%를 줄이고, 남은 임원의 임금도 20% 삭감키로 하는 등 한 차례 허리띠를 졸라맨 르노삼성은 21일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서바이벌 플랜'을 시행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파업을 결의했다. 르노삼성 노동조합은 지난 1~2일 이틀간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 전체 유권자 2180명 중 1245명(57.1%)이 찬성으로 안건을 가결시켰다. 이번 투표에는 르노삼성 내 4개 노조 중 대표노조 및 금속지회 소속 조합원만 참가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쟁의조정 중지결정을 받았으며, 이번 투표로 합법적으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으며, 지난달 역시 5개 완성차 중 유일하게 판매 감소세를 나타냈다. 특히 내수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7.9% 감소한 3534대에 그쳤다.

◇부품업체들 '아우성'…쌍용차 협력사 비대위 '호소문'

완성차의 위기는 고스란히 협력업체의 위기로 전이되고 있다.

쌍용차 협력업체 350곳이 참여하고 있는 쌍용차 협력사 비상대책위원회는 3일 호소문을 내고 "협력사 10만 여명의 직원과 20만 여명의 가족들은 연쇄부도 및 고용 위기와 함께 생계에 대한 불안으로 큰 어려움을 맞고 있다"며 "4개월분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300여 중소 협력사들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한 줄도산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쌍용차의 정상적인 생산·영업 활동만이 채권회수의 유일한 가능성임을 잘 알고 있지만, 자금난으로 인해 부품 공급을 중단한 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정부의 실질적 지원을 요청했다.

이들은 "긴급 금융지원 프로그램인 산업은행의 '힘내라 대한민국',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긴급경영안정자금', 신용보증기금의 '지역상생보증 프로그램' 들이 운영된다고 안내받았지만 쌍용차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인해 동반 신용 하락된 중소 협력사들에게는 전혀 실효성이 없다"며 "쌍용차의 생산이 재개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쌍용차가 생산 재개를 통해 조기 회생을 하지 못한다면 열악한 경영상황에 처해 있는 저희 중소 협력사는 연쇄 부도로 인해 대량 실업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쌍용차는 회생이냐 파산이냐의 갈림길에 직면해 있으며, 정부의 지원을 통한 쌍용자동차의 경영정상화만이 모든 문제를 풀어내는 열쇠"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pj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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