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국내 노크하는 글로벌 PEF, 해외로 나가는 토종 PEF
글로벌 PEF 국내 지분투자·M&A 적극 노크
수조원 펀드 앞세워 국내시장 공략 본격화
토종 PEF는 동남아·中시장 적극 개척 눈길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국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와 글로벌 PEF가 국경을 넘나들며 영역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산 규모만 수백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PEF들이 국내에서 ‘돈이 될 만한’ 매물이나 지분 투자에 집중하는 사이 토종 PEF들은 반대로 해외 시장을 적극 진출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미국계 PEF인 칼라일은 구글과 손잡고 카카오모빌리티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막바지 협상을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자금운용규모(AUM) 260조원(지난해 기준)에 달하는 칼라일은 지난해 7월 한국계 이규성 공동대표가 단독대표에 오르며 글로벌 기업 첫 한국계 단독 CEO로 화제를 모은 회사다.
프리IPO 규모는 총 3000억원으로 구글이 1000억원, 칼라일이 2000억원 수준 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3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유의미한 지분 투자에 나선 것이다.
칼라일은 이 밖에도 국내 2위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인 뚜레쥬르 매각 협상도 진행 중이다. 시장에서 보는 뚜레쥬르 예상 매각가는 2700억원. 예상 수준에 뚜레쥬르까지 인수할 경우 4700억원 규모의 국내 투자에 집행하는 찍는 셈이다.
칼라일과 마찬가지로 한국계 미국인 조셉 배(Joseph Bae)가 공동 대표로 있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는 지난달 39억달러 규모의 아시아 태평양 인프라 펀드와 17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 부동산 펀드 구성을 마치고 아시아 시장 공략을 공식화했다. 두 펀드 모두 KKR이 아시아 지역에 최초로 결성한 펀드로 합산 금액만 56억달러(6조1500억원)에 달한다.
KKR은 앞서 지난해 8월 국내 의료폐기물 처리 업체 ESG·ESG청원 등을 관리하는 에코그린홀딩스를 875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국내 수처리 전문업체인 TSK코퍼레이션 지분 37.39%를 4408억원에 인수하며 폐기물 업체 두 곳에만 1조3000억원을 베팅하기도 했다.
이밖에 미국 TPG캐피탈과 홍콩계 PEF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도 IPO(기업공개)에 착수한 카카오뱅크에 각각 2500억원을 베팅하면서 국내 핀테크(FinTech) 시장 가능성에 투자했다.
한 글로벌 PEF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은 글로벌 PEF 투자를 호재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협상이 수월하게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글로벌 PEF들이) 같은 금액을 금융 상품에 투자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을 할인해 달라거나 예상 수익이 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옵션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PEF들의 국내 시장 노크가 활발해진 사이 국내 PEF들은 반대로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 해외 오피스 등 부동산 투자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다양성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한 사업체 지분 투자가 눈길을 끈다.
국내 중대형 PEF인 스틱인베스트먼트(스틱)가 대표적이다. 스틱은 지난해 멀티 클로징을 마무리한 SSF(스페셜시츄에이션펀드) 2호를 통해 동남아시아 1위 차량 공유업체 그랩(Grab)에 2억달러(약 2400억원)를 투자했다. SK(034730)그룹과 현대자동차(005380), 네이버(035420) 등 국내 전략적투자자(SI)들과 함께 투자자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새해 들어 그랩(Grab)의 미 증시 상장 소식이 구체화하면서 그랩 투자가 재조명받는 모습이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투자 단계가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았나 하는 평가도 있었지만 동남아 지역 내 모빌리티 시장 확장성이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는 판단에 베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스틱은 그랩 외에도 인도 배달업체 ‘던조’를 비롯해 중국 공유자전거 업체 ‘디디칭취’, 인도 의료체인 ‘사히아드리 병원’에 투자하면서 해외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국내 1위 PEF인 MBK파트너스도 중국 최대 렌터카업체인 선저우주처(神州租車) 지분 20.86%를 17억7062만 홍콩달러(약 2525억원)에 인수하면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앞선 2019년 중국 시장 2위 렌터카업체인 이하이(eHi Car Services)에 이어 선저우주처 투자까지 나서면서 중국 렌터카 시장 1~2위 업체를 모두 보유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PEF들이 자신들의 네임밸류(지명도)를 활용한 투자 안전 장치 마련이 특징이라면 국내 PEF들은 조기에 투자에 나서 이익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스타일이 사뭇 다르다”며 “코로나19 여파가 희미해진 상황에서 새해 국내외 PEF들의 투자 행보가 한층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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