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수치 '불법수입 워키토키 소지'로 기소..15일까지 구금(종합3보)
의료진 시민불복종 앞장..70여곳서 '근무 거부·빨간 리본·세손가락 경례'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군사정부가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휴대용 소형 무선송수신기) 소지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이에 따라 구금 기간이 합법적으로 오는 15일까지 늘어났다. 최장 징역 3년 형 선고가 가능한 기소 조치라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도 주목된다.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경찰은 3일 수치 고문을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를 소지하고, 이를 허가 없이 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로 기소했다고 그가 이끌던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고위 관계자와 현지 언론이 전했다.
법원은 기소에 따라 경찰이 수치 고문을 오는 15일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AFP 통신은 직인이 찍힌 경찰 서류를 인용, 민 아훙 흘라잉 최고사령관 부하들이 1일 오전 6시30분께 수치 고문 자택을 수색했으며, 이곳에서 최소 10기 이상의 워키토키와 다른 통신 장치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기소 혐의로 '불법 워키토키 소지'를 든 것을 두고 수치 고문을 옭아매려는 군부 정권의 술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인권을 위한 동남아국가연합 의원들'(APHR) 소속 찰스 산티아고 말레이시아 의원은 dpa 통신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로부터 불법적으로 권력을 빼앗은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군사 정부의 터무니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유죄판결시 최장 3년 형에 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부가 1년간의 비상사태 이후 총선을 실시할 때 수치 고문의 정치권 복귀를 막으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얀마 전문가인 래리 재건은 AP 통신에 "범죄는 사소하지만 만약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이는 군부 공언대로 1년 후에 새 총선이 열릴 때 수치 고문이 선거에 나설 수 없음을 의미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수치 고문은 지난 1일 새벽 군부가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킬 당시 구금됐으며, 현재 수도 네피도에서 가택 연금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는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확산하고 있다.
2일 오후 8시께 최대 상업도시 양곤에서 시민들이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냄비나 깡통을 두들기는 방식으로 쿠데타에 대한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시민은 AP 통신에 "북이나 냄비를 두드리는 행위는 미얀마 문화에서는 악마를 쫓아낸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영상을 올리고 "이것이 우리가 불법적인 군부 쿠데타에 대항하는 방법이다. 쇠 냄비를 두들기고 차량 경적을 울린다"고 적었다.
이날엔 의료진을 포함한 민주진영 활동가들이 만든 것으로 알려진 '미얀마 시민불복종 운동'측이 30여개 지역, 70곳 이상의 병원에서 의료진이 '불법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응급실을 제외하고 근무 거부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만달레이 한 병원 의사는 "나의 항의는 병원에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오늘부터 시작된다. 나는 군사독재 아래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일부 병원에서는 NLD의 상징색인 빨간색 리본을 옷 위에 달고, 태국의 반정부 시위에서 등장하는 저항의 상징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의료진의 모습도 목격됐다.
항의 움직임은 거리 시위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쿠데타 발발 72시간이 지나는 4일 오프라인 공간에서 항의 시위를 벌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현지에서 확산하고 있다고 한인 교민들이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했다.
이 경우, 군부의 대응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군정은 전날 시민 불복종 움직임을 겨냥, "폭동과 불안을 조장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매체나 개인은 처벌받을 수 있다"며 경고했다.
한편 군사정부는 이날 구금돼 있던 NLD 소속 의원 등 약 400명을 풀어주고, 집으로 돌아가도록 지시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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