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년·홍남기 충돌한 당정청 회의에서 어떤 일이.."서로 말 끊고 목소리 높였다"

최규진 기자 2021. 2. 3.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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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 '4차 재난지원금' 두고 갈등..'홍남기 경질론'도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좌)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우)
"4차 재난지원금은 선별 지원에 보편 지원도 병행하겠습니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두 개를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선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지난 1일 오후 5시 40분쯤 국회 의원회관에 당·정·청 인사들이 모였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등도 참석했습니다. '코로나 19 피해지원을 위한 4차 재난지원금'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먼저 김태년 원내대표는 '기획재정부가 피해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병행하는데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기재부의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가 난색을 표했습니다. 최소 10조원 이상이 추가로 든다는 이유입니다. 당시 김상조 실장도 재정 여건과 방역 상황을 내세워 김 원내대표 입장에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날 정부와 여당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목소리를 점점 높인걸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김 원내대표가 20여 분 만에 먼저 자리를 일어나면서 회의는 종료됐습니다. 한 참석자는 "당과 기획재정부 사이에 자주 있었던 실랑이지만 분위기가 달랐다"면서 "김 원내대표와 홍 부총리가 토론 과정에서 서로 말을 끊으며 목소리를 높일 정도였다"라고 전했습니다.

4차 재난지원금 문제를 놓고 당·정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1차 긴급 재난지원금 규모를 놓고 입장이 어긋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정부는 주로 재정 건전성을 내세워 선별 지원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하며 보편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강화된 방역 조치로 인한 취약·피해 계층의 지원 대책 뿐 아니라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전 국민 지원도 필요하다는 취지입니다. 두 사람의 언쟁은 그동안 쌓인 당정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이란 해석도 나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당·정 간 갈등 국면은 다음날까지 이어졌습니다. 회의 이튿날인 2일,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4차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병행 지급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 대표는 "지금은 일상의 불경기가 아니라 비일상적인 위기"라며 "추경 편성에서는 맞춤형 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함께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4시간 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반대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홍 부총리는 "3차 재난 지원금 지급이 한창이고 3월이 돼야 마무리된다"며 "최근 방역 상황도 방역 단계 향방을 좌우할 경계점이고, 경기 동향과 금년 슈퍼 예산 집행 초기 단계인 재정 상황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난 2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국회 연설 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계획과 관련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페이스북 캡쳐]
민주당 내에서는 날 선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홍 부총리가 이 대표의 연설 당일에 반대글을 올린 건 부적절했다는 반응입니다. 정일영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집권여당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제안했으면, 정부는 이를 면밀히 검토해서 그 입장을 정부의 공식적 채널을 통해 밝히면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용우 의원도 "미증유의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들께 이런 발언은 전혀 공감받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홍 부총리의 거취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설훈 의원은 "기재부는 전쟁이 나도 재정 건전성만 따지고 있을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서민의 피눈물을 외면하는 곳간 지기는 자격이 없다. 그런 인식이라면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습니다.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 회의에서는 '홍남기 경질론'까지 거론된 걸로 알려졌습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 고통을 덜어드리고자 당정 협의하겠다는 연설을 정무직 공직자가 기재부 내부용 메시지로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라면서 "오늘 회의에서 '즉각 사퇴해야 한다'라는 의견이 강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회와 행정부 간 공식 소통 창구인 당정 협의를 제쳐두고 갈등을 지나치게 드러냈다는 지적입니다. 염태영 최고위원은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논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감정이 묻어 날 정도로 여당 대표의 의견을 반박한 것은 부적절하다"라고 공개 비판했습니다.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생각에 잠겨 있다.

이후에도 홍 부총리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3일 국회 본회의 참석 뒤 기자들과 만나 " (페이스북 글은) 이 대표가 재난지원금과 추경 관련해서 말했는데 혹시 정부와 다른 의견에 대해서 확정적인 걸로 전달될까 봐 재정 당국 입장을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했습니다.그러나 이낙연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전 국민 지원에 힘을 싣겠다는 뜻을 다시 내비쳤습니다. 이 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민생의 고통 앞에 정부 여당이 겸허해져야 한다. 재정의 역할을 확대할 때가 됐다"라며 "재정의 주인은 국민이다.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데 필요하면 재정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대책 당정청 협의회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이낙연 대표의 국무총리 시절, 홍남기 부총리는 국무조정실장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습니다. 2019년 김동연 부총리 후임으로 당시 홍남기 실장을 추천한게 바로 이 대표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여권에선 그동안 관계가 좋았던 두 사람이 재난지원금 문제로 거리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런 우려를 의식했기 때문인지 홍 부총리는 "이 대표 연설을 그 자리에서 들었는데, 공직 생활 하면서 가장 격조 있는 연설이었고 정책 콘텐츠가 탄탄한 대표연설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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