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공매도 준비없이 재개 땐 혼란 부채질

엄형준 2021. 2. 3. 22: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몇 년 전 미국에 머물 때 장안의 화제인 '게임스톱' 매장을 몇 번 가본 일이 있다.

게임스톱은 미국에서 전국적인 체인망을 구축한 유일무이한 게임 전문 매장이지만, 비디오·DVD 대여점이 '넷플릭스'로 바뀌었듯 게임 유통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신형 게임 기기 출시, 경영진 교체 등의 호재가 나왔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게임스톱의 장래가 어둡다고 보고 공매도에 나섰다.

미국에서 발생한 게임스톱 사태는 공매도 재개 여부와 맞물려 우리나라에서도 큰 화젯거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금융위, 금지 연장 결정 속 한국판 '게임스톱' 움직임

몇 년 전 미국에 머물 때 장안의 화제인 ‘게임스톱’ 매장을 몇 번 가본 일이 있다. 분위기는 서울 국제전자센터나 용산의 콘솔게임 판매점과 비슷한데, 명절 때를 제외하면 사람들로 붐비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게임스톱은 미국에서 전국적인 체인망을 구축한 유일무이한 게임 전문 매장이지만, 비디오·DVD 대여점이 ‘넷플릭스’로 바뀌었듯 게임 유통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면 거래가 줄어들면서 게임스톱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2% 줄었다. 온라인 매출이 257%나 폭증했지만 핵심 매출인 매장 매출이 24.6% 줄며 6300만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게임스톱은 ‘큰손’에게 좋은 먹잇감이었다. 신형 게임 기기 출시, 경영진 교체 등의 호재가 나왔지만, 기관 투자자들은 게임스톱의 장래가 어둡다고 보고 공매도에 나섰다.
엄형준 경제부 차장
보통은 공매도 소식이 알려지면 힘없는 개미들은 손해를 볼까 싶어 주식을 팔지만, 미국의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에서 ‘반란’이 시작되며 판도가 바뀌었다. 개미 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서며 기관 투자자에 맞섰고, 계속된 급등에 온라인주식매매시스템(HTS)인 ‘로빈후드’가 개인의 ‘매수’ 버튼을 없애며 게임스톱 사태는 전 세계로 알려진다.

개미의 반란 속에 1월11일 19.94달러에 불과하던 주가는 1월29일 325달러까지 올랐고, 이 과정에서 공매도에 나선 기관들은 막대한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게임스톱 주가는 2일(현지시간) 현재 90달러까지 떨어졌다.

지난해에만 400개 이상의 매장이 문을 닫는 등 게임스톱의 미래는 장밋빛은 아니다. 이번 사태는 기업의 가치가 아니라 공매도로 돈을 벌려는 기관 투자자와 이를 참지 못한 개미들의 싸움, 이후 이에 편승한 이들이 만들어낸 한편의 촌극이다.

미국에서 발생한 게임스톱 사태는 공매도 재개 여부와 맞물려 우리나라에서도 큰 화젯거리다. 지난해 코로나19 속에 코스피 3000선 돌파라는 증권가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 개미의 힘이었고, 공매도는 중지된 상태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재개가 지수 하락을 불러올까 염려하고 있다. 개미의 힘을 기관이 찍어누르려 한다는 설득력 있는 음모론도 제기된다. 주식을 빌려 내다 파는 ‘선진 금융 상품’은 큰손들만 누리는 특권이기도 하다.

개미들의 반대 목소리에도 정부는 여전히 공매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외국 자본 유출 우려와 국제 표준에 비춰 공매도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주식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도 있을 것이다.

정치권의 이해와 맞물리며 금융 당국은 3일 공매도 금지를 연장하기로 방침을 정했지만 아직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일부 진전된 정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아직도 개미들의 불신은 여전하다. 향후 공매도를 재개하기에 앞서 정부는 지금보다 더 적극적이고 강한 정책으로 개인 투자자들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개인은 공매도의 영향으로 망할 수 있어도 기관은 그렇지 않다. 그게 게임스톱 사태를 부른 중요한 이유다.

셀트리온 주가가 단기간 급등했다가 하락하는 등 공매도에 맞선 한국판 레딧 운동 조짐도 보인다. 준비 없는 공매도 재개는 시장 자정 기능 강화는커녕 혼란만 키울 수 있다. 정책 당국이 투자자의 목소리를 충분히 수렴해 정책 검토를 하기 바란다.

엄형준 경제부 차장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