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6~7천 원에 개인정보 넘기는 학생들..'신종 학폭' 못 따라가는 어른들의 대응책

어환희 기자 2021. 2. 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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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뉴스룸은 어제(2일) 학생들 사이에서 카카오톡 계정을 빼앗는 새로운 학교 폭력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해 드렸습니다. 이게 다가 아닙니다. 피해 학생들은 전화번호는 물론 이후에 날아오는 인증번호까지 넘겨야 한다고 합니다.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비롯해 각종 사이트에 가입하려면 계정과 함께 인증번호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가해 학생들에게 잘못을 물어야 하겠지만, 시작은 이런 정보를 사 가는 어른들입니다.

어환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C군/피해 학생 : 이게 아마도 '라스'일 거예요. (라스? 이게 뭔데요? 번호를 보내라는 게…)]

카카오톡 계정을 빼앗긴 피해 학생들 대부분은 '라이브스코어 인증번호'도 함께 넘겨야 했습니다.

라이브스코어는 스포츠 경기 예측 사이트입니다.

회원 수 100만 명을 웃돌아, 도박사이트 및 홍보 운영 업자들이 몰립니다.

아이들의 번호가 필요한 건 어른들입니다.

[신소영/사이버 불법 유해정보 대응센터장 : 카톡, 라스, 매입합니다 해서 텔레그램 안내를 해요. 이 키워드로 많이 나와요, 용돈 벌이. 성인들은 인지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은 '아 이게 돈이 되는구나…']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의 휴대전화 번호를 라이브스코어 사이트에 입력합니다.

피해 학생의 휴대전화에 인증번호가 가면, 그걸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피해 학생의 휴대전화번호와 인증번호를 한번에 업자들에 넘깁니다.

대가로 하나당 6천~7천 원가량의 돈을 받습니다.

[이서하/사이버 불법 유해정보 대응센터 팀장 : 라이브스코어 가입 과정이 굉장히 쉬워요. 그냥 전화번호 하나만 있으면, 그 인증번호만 받으면 바로 라이브스코어로 가입이 되는…]

아이들의 카카오톡 계정 역시 같은 방식으로 이 업자들에게 넘어갑니다.

업자들은 휴대전화 번호, 카카오톡 계정 등으로 불법 도박 사이트, 성 관련 사이트 등을 홍보합니다.

신고를 받아 계정이 차단되면 또다른 계정 사냥에 나섭니다.

[신소영/사이버 불법 유해정보 대응센터장 : 추적 들어와서 차단당하거나 구속될 위기에 처하면 이 정보를 팔아요, 다른 업자한테. 금액이 많아야 (개당) 300~500원 하니까 이 많은 사람의 정보가 돌고 돌면서…]

[앵커]

시작은 어른들이었다고 전해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끝은 어떨까요. 피해 학생들은 맞은 것도 아닌데 무슨 큰일이냐는 어른들의 시선과도 맞서야 합니다. 학교 폭력은 5G를 타고 가는데, 어른들의 인식은 아날로그에 머물고 있는 겁니다.

이어서 김지성 기자입니다.

[기자]

피해를 당한 학생들은 학교나 경찰에게 도움 요청하길 망설입니다.

주변 어른들의 안일한 인식 때문입니다.

[A씨/피해 학생의 부모 : '별것 아니지 않아? 아이디 하나 빼앗긴 건데. 굳이 왜 일을 크게 만들어' 그런 시선들이 걱정스럽다고 얘기해요.]

이런 시선은 피해자가 개인정보 뺏기고 감금과 폭행 등 2차 피해를 당해도 말 못하는 상황을 만듭니다.

[B씨/피해 학생의 부모 : (학교에서) 조사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계속 전화 와서 조사 끝나면 어디로 나와라, 이렇게 대범한 짓을…]

일선 학교에선 일이 터지고 안내문을 보내는 게 전부입니다.

교육 당국 스스로 학교폭력의 유형이 달라졌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해결책을 찾는 덴 소극적입니다.

[OO교육지원청 관계자 : 기존에 없던 유형이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조사 따로 하지 않고요.]

이런 방식의 갈취와 학교폭력이 유행한 지 1년 가까이 되도록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겁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 : 2020년 상반기에는 경기도·서울 쪽에 유행했었고, 지방으로 내려온 것이 하반기거든요. 학교도 사실 먼저 (조사)하기는 어려운 구조. 이런 걸 우리가 잘 안 하니 모르잖아요.]

경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경남 창원에선 가해 학생 중 한 명이 지속적으로 개인정보를 뺏으려다 결국 경찰 수사를 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을 가볍게 보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 : (학교 얘기 들어보니) 그렇게 수위가 급박하고 그런 건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증거는) 포렌식이라고, 부인을 한다든지, 도망간다든지 그러면 나중에 가서 저희가 확보를 하면 되니까…]

진화한 학교 폭력을 따라가지 못하는 어른들의 인식에 피해 학생들은 오늘도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불안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C군/피해 학생 : 일상생활하는 척하면서 친구들 만나고…일이 안 커지게 하려고…]

(영상디자인 : 김석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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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 계정 내놔" 진화한 학교폭력…온라인 협박은 오프라인 범죄로 이어져
→ 기사 바로가기 : http://news.jtbc.joins.com/html/616/NB119906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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