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내쫓기는 유기견 보호소..버림받은 개들 또 어디로
[앵커]
우리나라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는 큰 개가 많습니다. 주로, 개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입니다. 그런데, 이런 보호소들은 해마다 쫓겨날 위기에 처합니다. 사람에게 버림받고도 또 외면당하고 있는 생명들을, 밀착카메라가 담았습니다.
조소희 기자입니다.
[기자]
경기도 김포의 한 유기견 보호소 앞입니다.
임대료를 내면서 6년 째 이곳을 사용해왔는데, 얼마 전 떠나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합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들어가서 확인해보겠습니다.
매일 아침 9시 30분 봉사자 강 씨의 일과는 개 밥 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6살, 10살이 넘고 몸무게가 30kg에서 40kg를 웃도는 대형견 200마리가 있습니다.
강아지 사료값은 일 년에 수천만 원, 토지 임대료는 일년에 300만 원을 내고 있습니다.
그릇이 수북이 쌓여있는데 이게 모두 강아지 밥그릇입니다.
봉사를 나와서 그릇을 씻고 계신 분도 계십니다.
유기견들은 어떤 사연으로 여기까지 온 걸까.
털이 눈을 가리고 있는 강아지 '치요'는 파양됐습니다.
[강모 씨/아지네마을 자원봉사자 : 첫째, 어렸을 때 많이 버려져요. 어릴 때 버려지고 아니면 노견, 나이가 너무 들었을 때. (반려견을 마치) 새 차 바꾸는 것처럼…]
사람 손길이 그리웠는지 등을 창에 들이미는 '순이'는 개농장에서 구조됐습니다.
[이은채/자원봉사자 : 대형견들이다 보니까 갈 데가 없으니까 안락사되거나 해외입양을 진행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까.]
이렇게 큰 개들을 수 년 동안 돌본 보호소 소장인 박정수 씨는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쫓겨날 처지입니다.
벌써 두 번째입니다.
원래 인천에서 보호소를 운영하다 6년 전 김포로 왔습니다.
[박정수/아지네마을 소장 : LH공사에서 아파트 짓는다고 (쫓겨났지.) 여기는 민가가 없어서 사람이 살지를 않아. 20일 전에 민원이 들어왔다고…건축물 불법? 이해가 안 돼, 다 밭이야 여기는.]
철거 명령을 한 담당 읍사무소를 찾아가 봤습니다.
[양촌읍사무소 담당자 : 건축법 위반으로 신고나 허가된 상황이 전혀 없어가지고. 불법 건축물이어가지고 저희가 행정 절차대로…]
민원이 들어온 이상 절차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주민들 생각은 엇갈립니다.
[100m 인근 공장 사장 : 그래야죠, 뭐 불쌍한데. (이해해야죠.)]
[A씨/인근 주택 주민 : 나도 길냥이 주워다 키우고 그러는데 사실 무지 불편해요. 여름에 소리 때문에 너무 힘들어.]
취재 도중 민원을 넣은 사람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습니다.
[B씨/이웃 밭 주인 : 가보셨으면 아실 거 아니에요? 재산권 행사도 못 하고 (땅을) 팔지도 못하고 사람은 쫓겨나는데 개는 뭐하는 거냐고요.]
결국 땅값이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김포 C부동산 : 여기(보호소)는 농지인 거고 (주변은) 개발이 가능한 녹지. 일반인들이 말하는 혐오시설, 가축사육제한구역(이 있어서) 너무 싸요. 이분(땅 주인)들이 다 피해자죠.]
지자체나 국가 소유 토지는 좀 다를까.
대전의 한 유기견 보호소는 작은 개인 땅에서 시작했다가 규모가 점점 커지며 국유지까지 넘어갔습니다.
해마다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내지를 못해 4년치가 밀려 있습니다.
간신히 철거만 피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은숙/시온쉼터 소장 : 2018년부터 철거하시오 공문왔고요, 그때부터 이제 1000만원. 그래서 4200만원이고요.]
대구의 한 유기견 보호소는 3년 전 상수원보호구역에서 가축을 키우고 있다는 이유로 사용중지 명령을 받았습니다.
당시 보호소를 구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2만 명이 동참하며, 청와대가 직접 답변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환경부가 보호소가 가축 분뇨를 배출하는 시설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렸고 청와대는 관련 법을 정비해야한다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땅주인이 나가달라고 요청을 하면서 다시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신상희/한나네보호소 소장 : 땅 주인들이 비키라고 하는 입장이라서 문중 어르신(땅 주인)들이 12월 말까지는 비켜달라 했는데, 저희들 당장은 못 나간다. 땅도 구해야 하고.]
개농장에서 구출도니 큰 개들은 입양도 잘 되지 않아 갈 곳이 없습니다.
개 때문에 땅값이 안오른다. 사람 가까이에선 위험해서 안된다고 합니다.
옮겨가는 곳마다 언제까지 있을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합니다.
작은 땅이라도 이들이 쫓겨날 걱정 없이 지낼만한 곳을 찾아줘야 하지 않을까요.
(VJ : 서진형 / 인턴기자 : 주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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