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품을까, 놓을까..충돌하는 미국 공화당의 선택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021. 2. 3.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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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어넌 지지' 그린·'탄핵 찬성' 체니 하원의원 두고 갈등
다수당 지위 회복 노리는 상·하원 지도부 셈법도 온도차

[경향신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두고 미국 공화당 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갈등의 중심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극과 극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공화당의 두 여성 하원의원이 있다. 극우 음모론 큐어넌(QAnon) 지지자이자 트럼프 전 대통령 열성팬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과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진 리즈 체니 의원이 당사자들이다.

두 의원은 각각 상임위원회 배제와 당직 박탈 압박을 받고 있다. 두 의원을 둘러싼 당내 갈등과 지도부의 고민 이면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결별할 것인지, 그의 영향력에 계속 의존할 것인지에 대한 공화당의 선택이 자리 잡고 있다.

초선인 그린 의원은 지난해 후보 시절부터 큐어넌 음모론을 공개 지지했다. 그는 2001년 9·11테러 당시 국방부 건물에 충돌한 것은 비행기가 아니라 미사일 또는 다른 발사체라는 음모론에 동조했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총에 맞아 죽어야 한다는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는 데도 동의했다. 그는 지난달 6일(현지시간) 의회 난입 사태는 극좌파가 부추겼다고 주장하고,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배후에 있다면서 취임식 다음날 탄핵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그린 의원을 상임위에서 배제시키라고 공화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조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표결로 밀어붙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자 그린 의원은 지난 주말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 지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뒷배’를 과시한 것이다. 공화당 우파 모임인 ‘프리덤 코커스’ 의장인 앤디 빅스 의원도 “의원이 되기 전 공유한 생각과 의견을 이유로 상임위 배정을 배제하라는 요구는 위헌적”이라고 그를 두둔했다.

공화당 하원 지도부가 침묵하는 사이 상원의원들이 나섰다. 공화당 서열 1위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그린 의원의 음모론적 발언을 “정신 나간 거짓말”이자 “공화당의 암”이라고 맹공했다. 공화당 하원 지도부의 행동을 촉구한 것이다.

공화당 하원 의원총회 의장으로 하원 서열 3위인 체니 의원을 둘러싼 전선은 반대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찬성표를 던진 공화당 의원 10명 가운데 한 명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키기에 앞장섰던 하원의원들은 그가 동료 의원들의 견해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면서 의원총회 의장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반면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그는 우리 당과 국가의 중요한 지도자”라면서 체니 의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둘러싼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의 온도차는 처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선거 주기가 2년인 하원의원들은 6년마다 선거를 치르는 상원의원에 비해 유권자 동향에 훨씬 민감하다. 상원의원들은 당이 극우 성향으로 치달을수록 중도 유권자들이 등을 돌릴 것으로 우려하는 반면 하원의원들은 막강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같은 차이는 2022년 중간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되찾아야 하는 상·하원 지도부의 셈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관심은 캐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의 대응이다. 그는 2일 그린 의원을 면담하고 당 운영위원회를 소집했지만 상임위 배제 여부 등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충성파인 매카시 원내대표도 지난 주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면담했다. 뉴욕타임스는 두 하원의원의 운명에 관한 갈등이 공화당 미래에 관한 전투가 됐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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