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파오차이에 없는 3가지..중국은 왜 김치에 매달리나
<앵커>
중국에는 파오차이라는 음식이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장아찌와 비슷하게 채소를 절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음식이 국제표준인증을 받은 이후 중국에서 김치의 원조는 중국이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 언론까지 나서서 김치는 중국 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저희 사실은 팀이 김치와 파오차이가 얼마나 다른 음식인지, 또 중국은 왜 이렇게까지 김치에 매달리는 건지 하나하나 따져봤습니다.
박현석 기자입니다.
<기자>
산초와 팔각 같은 향신료 역할을 하는 채소들을 넣고 끓인 물에 소금, 중국식 얼음 설탕, 고량주를 섞어줍니다.
[신계숙 교수/배화여대 전통조리과 ('중식 전문가') : 파오라는 것 자체가 물에다 담근다는 조리법이거든요.]
식힌 물에 각종 야채를 넣으면 끝, 그리고 밀봉합니다.
[신계숙 교수/배화여대 전통조리과 ('중식 전문가') : 파오차이(쓰촨 지역)는 준비 과정이나 담그는 과정이 비교적 간단해 보이죠.]
이번에는 우리 김치.
우리 김치에는 있고 파오차이에 없는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먼저 양념을 버무리는 과정,
[이하연/김치 명인 ('대한민국김치협회장') : 양념이 있고, 없고… 한 번 절인 다음에 2차 양념이 들어간다는 게 (다르죠.)]
버무리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맛을 만들어냅니다.
비빔밥을 즐기는 우리의 식문화가 들어있는 것입니다.
두 번째 차이는 국물입니다.
[신계숙 교수/배화여대 전통조리과 ('중식 전문가') : 김치는 국물까지 다 먹잖아요. 파오차이는 국물을 먹지 않아요. 어떠한 재료든지 넣고 담갔다가 건더기만 먹고, 국물은 또 다른 재료를 넣었다가 또 먹을 수가 있어요.]
국물 맛을 즐기는 우리 동치미나 나박김치 역시 중국에는 없는 음식입니다.
중국의 파오차이는 사실 서양의 피클, 일본의 쯔께모노, 우리 음식 중에 찾자면 장아찌와 비슷한 류입니다.
세 번째는 김치는 발효를 하면서 계속 맛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하루하루 익어가는 맛을 즐기고, 때로는 묵은지를 맛보려고 오래 기다리기도 합니다.
[이하연/김치 명인 ('대한민국김치협회장') : 약간 쿰쿰하면서도, 그 깊은 맛이 있거든요. 한국인만이 맛볼 수 있는 그런 맛이에요.]
파오차이는 한 번 발효시킨 뒤 맛이 변하지 않는 것을 최고로 칩니다.
[신계숙 교수/배화여대 전통조리과 ('중식 전문가') : 발효가 된 다음에는 맛이 똑같도록 엄청 노력을 하는데.]
결국 이 둘은 전혀 다른 음식입니다.
우리 역사에는 이런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1800년대 우리 양반들의 문집입니다.
"통배추 양념은 조개, 낙지, 소라, 생굴, 전복, 파, 마늘, 그리고 실고추까지 잘게 썰어 배춧잎 속에 곁곁이 넣고 갓을 양념으로 넣어 담으라."
요즘 김치 담그는 법과 비슷하죠.
이런 기록도 있습니다.
조선 시대, 중국 사신들이 오면 반드시 접대 음식으로 올렸고, 사신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 선물로 달라고 해서 세 항아리를 보냈다, 자기들 것이라면 싸달라고 했을까요?
[박채린 박사/세계김치연구소 : 본인들이 원조고 더 잘 만들었다면, 우리나라에 와서, 사신으로 공무를 처리하러 와서 그걸 선물로 싸달라거나, 아니면 그 음식을 먹고 싶다고 요구할 이유가 전혀 없는 거죠.]
중국에는 없는 기록이 우리는 이렇게 많은데, 중국은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김치의 세계화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습니다.
세계인들은 있는 그대로의 김치는 물론, 김치를 주스나 과자로 먹고, 육수나 파우더 형태의 양념으로도 소비합니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중국 내수시장을 노리고 진출한 우리 업체들의 매출만 봐도 매년 10% 넘게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정연수 본부장/AT 베이징 지사 : 중국 업체들은 사실 한국 수출을 목적으로 생산했던 기업들이 많은데, 중국 내수 김치 시장이 늘어나면서 그런 기업들이 중국 내수로 유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이런 억지는 커져 가는 김치 산업에 대한 욕심과 동북아의 역사와 문화가 모두 중국에서 나왔다는 중화사상이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강준영 교수/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 옛날의 자신들의 우월적 지위를 소환해서 지금에 적용을 하는 거죠. 그게 이제 신중화주의 개념…]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한궈 파오차이라는 이름 대신 김치라고 제대로 불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김치를 지키는 시작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소지혜, VJ : 김초아·정한욱, 작가 : 김효진·장형임·김정연,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박현석 기자zes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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