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라이더들 "수수료 삭감 못 참겠다"
"최저임금도 못 받을 수 있어"
8일 공정위에 대책 촉구키로
사측 "상한 신설로 보상 체계"
[경향신문]
쿠팡의 음식 배달 플랫폼인 쿠팡이츠가 배달기사들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배달 수수료 체계를 변경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폭우·폭설과 같은 악천후 등의 상황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수수료를 만드는 대신 최근 최저 수수료를 잇따라 삭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이츠는 실질 보상 체계를 마련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최고 수수료를 받는 경우는 흔치 않아 사실상 배달기사들의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
라이더유니온은 3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츠는 일방적인 배달 수수료 삭감 정책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라이더유니온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최근 ‘3월2일부터 기본 배달 수수료를 2500~1만6000원으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현재 배달기사에게 주는 수수료는 최저 3100원이다. 최저 수수료가 기존보다 건당 600원 줄어드는 것이다.
악천후 상황에서 배달을 하면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최고 수수료 1만6000원도 날씨와 배달 거리는 물론 해당 기사의 근무 평점 등을 고려해야 받을 수 있다. 사실상 규정에만 나와있을 뿐 최고 수수료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배달기사들의 주장이다.
배달기사들은 건당 최저 수수료가 낮아지면 최저임금도 받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한다. 쿠팡이츠는 다른 배달대행업체와 달리 배달기사가 한 번에 여러 음식을 묶어 배달하지 못한다. 출발할 때 한 집밖에 가지 못하는 시스템이다. 최저 수수료가 낮아지면 이전보다 배달 횟수를 늘려야 원래 수익을 채울 수 있다. 쿠팡이츠는 이미 지난해 11월 최저 수수료를 3300원에서 3100원으로 내린 바 있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라이더가 넘쳐나 낮은 임금을 받고도 일할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츠는 최저 수수료 삭감을 알린 다음날 배달을 의뢰하는 점주들에게는 기본 배달료를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인상한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늘어난 배달료 수익을 자신들이 필요할 때 배달기사를 투입하기 위한 프로모션 비용으로 쓰려는 것이라는 게 라이더유니온의 주장이다. 프로모션은 특정 시간에 몰리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더 많은 수수료를 주며 배달기사를 끌어모으는 행위 등을 말한다.
라이더유니온은 “플랫폼기업들이 필요할 때는 라이더를 쓰고, 필요 없을 때는 라이더를 버리기 위해 기본 배달료를 계속 내리고 있다”며 “안전 배달료를 도입해 기본 배달료를 올리고 프로모션 비중을 줄여 안정적으로 배달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8일 공정거래위원회와 면담하고 쿠팡이츠의 갑질 문제 검토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쿠팡이츠는 “거리별 할증도 최대 1만원 지급해 라이더들은 최대 2만6000원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배달료 인상과 관련해서는 “현행 그대로 유지할 방침”이라며 “일부 계약변동이 필요한 점주들에게 건당 주문 중계 수수료를 1000원 받는다고 설명한 것을 인상으로 오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고희진·고영득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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