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빠른 독주' 이재명을 뒤쫓는 건 리스크
[경향신문]
이재명 경기지사(57·사진)가 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30%대를 돌파하며 1강 체제를 구축했다.
올 들어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이 지사는 다른 주자들에 견줘 많게는 더블 스코어, 적게는 오차범위 내 우세를 보였다. 한 자릿수 지지율에 그쳤던 지난해 상황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라 할 만하다. 이뿐만 아니라 후광이 아닌 자력으로 올랐다는 점, 지역·세대·계층의 지지가 고르다는 점도 확인됐다.
과연 이 지사의 ‘언더도그 효과’(약자의 상승세)는 ‘편승 효과’(대세론)로 굳어질 수 있을까. 아직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독주를 시작한 이 지사의 길에 벌써부터 ‘이재명 리스크’가 바짝 따라붙고 있다.
이 지사가 선두로 치고 나가자마자 여권 내 제3후보들의 공간이 열렸다. 정세균 국무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속속 여론 지표에 등장했다. 여권 내부에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추대 기류도 감지된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3일 “유 이사장 출마를 위해 지지층이 조만간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일체감이 강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대세론에 민감한 무당파의 합류가 (이 지사 지지율 상승)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지사 대세론이 허상으로 확인될 경우 언제든 다른 후보 대세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지사의 경쟁력이 강해질수록 정권 재창출보다 정권교체 이미지가 부각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른바 여당 내 야당 후보의 역할이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모델’이다.
이 지사는 코로나19 정국에서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 기본소득 문제를 두고 종종 여권과 갈등을 빚었다. 판사 탄핵안도 직접 대응한 건 아니지만 정성호·김영진·이규민 민주당 의원 등 이 지사 측근들은 당론화를 반대했다. 그러나 ‘여당 내 야당’ 전략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낮아야 장점이 될 수 있다. ‘박근혜 모델’이 입증했다. 지금 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은 30%대가 넘는다.
이 지사 1강 체제와 동시에 ‘신4자 구도’가 언급되고 있다. 대선 경선 전 이 지사의 탈당 후 신당 창당설을 가리킨다.
이 지사 측과 당 관계자들은 “이 지사가 정치생명을 단축하는 경로를 택할 리 없다”고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가능성 자체를 닫아두지 않는 기류다. 이 지사는 최근 여야 수도권 일부 의원들의 경기북도 신설 추진 움직임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이 지사는 대선 출마가 여의치 않으면 도지사 재선으로 선택지를 바꿔야 한다. 경기북도 신설은 이 지사의 리더십을 분산시킨다”고 말했다. 경기북도 추진에 대한 이 지사 입장은 탈당설에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된다.
구혜영 선임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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