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가는 야권 '단일화 시계'
국민의힘, 내일 서울·부산 본경선 진출자 4명씩 발표
[경향신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3일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제3지대 경선’을 공식 수락했다. 이에 양측은 4일 국회에서 만나 구체적인 경선 방법과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2단계 단일화’의 첫 단추가 끼워지며 멈췄던 야권의 단일화 시계가 다시 돌아가는 모습이다. 3월 초로 예상되는 최종 단일화에 앞서 제3지대와 국민의힘 후보들 간의 신경전도 시작됐다. 안 대표는 선두주자인 자신이 위치한 제3지대 경선을 ‘A리그’, 국민의힘 경선을 ‘B리그’라고 표현했다.
안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에 동의하는 모든 범야권 후보들이 함께 모여 1차 단일화를 이룰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이 지난달 31일 제안한 ‘제3지대 경선’을 받아들인 것이다. 안 대표는 제3지대 경선에서 ‘승자는 반드시 국민의힘 후보와 2차 단일화에 나서야 하며, 결과에 승복하고 단일화된 후보를 공개 지지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금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안 후보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합의가 된 이상 하루라도 빨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설 전에 한번이라도 토론을 하자”고 밝혔다. 양측은 4일 국회에서 만나 경선 규칙을 논의한다.
국민의힘은 자체 후보를 낸 뒤 야권 단일화를 하겠다는 ‘2단계 단일화’ 방식을 재확인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중진의원 간 연석회의 뒤 “국민의힘 후보와 제3지대 후보의 최종 단일화를 3월 초에 반드시 이뤄내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단일화 실무 협의에 대해서는 “당 경선 일정이 종료된 후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날부터 이틀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본경선 진출자를 가리기 위한 예비경선 투표와 여론조사를 진행한다. 예비경선은 책임당원 투표 20%와 일반시민 여론조사 80%를 합산하는 방식이다. 공천관리위는 5일 4명의 본경선 진출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제3지대와 국민의힘 후보들이 격돌하는 3월 초까지는 한 달가량 남았으나 양측은 벌써부터 주도권 선점을 위한 공방에 들어갔다. 안 대표는 “야권 후보 적합도나 경쟁력 면에서 가장 앞서가는 제가 포함된 리그가 A리그”라며 “국민의힘은 예비경선 B리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인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설연휴 밥상 민심을 안철수, 금태섭의 단일화 이벤트에 넘겨줄 수 없다”며 “최소한 설연휴 전 1 대 1 토론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투 트랙 열차는 출발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야권 단일화를 두고 지도부가 보인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박성중 서울시당위원장은 입장문을 내고 “현재 우리 당은 지지율, 조직, 인물 3중고를 겪고 있어 승리가 불확실하다”며 “안 대표는 단일화로 우리 당의 후보가 될 수도 있는 사람인데, 그런 사람을 비난해서 우리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위원장을 향해서는 “팀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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