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원전 문서 삭제한 산업부 공무원 '공용전자기록손상죄' 적용될까
재판 넘겨진 산업부 3명 "제출 안 된 문건들 삭제" 주장
[경향신문]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공개한 ‘북한지역 원전건설 추진방안’ 문건과 관련, 삭제된 파일이 어떻게 남아 공개될 수 있었는지를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최종본이 정부 결재 시스템에 남아 있고, 공무원들이 PC에 저장된 초안 또는 사본을 삭제했다면 이들의 공용전자기록손상죄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기소된 산업부 문모 국장 등의 혐의는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방실 침입, 감사원법 위반이다. 이 중 형벌이 가장 무거운 혐의는 형법 141조에 규정된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으로 7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 선고가 가능하다. 감사원법 위반은 1년 이하의 징역과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공용전자기록손상죄는 공문서를 무단 파기했을 때 적용된다. 삭제된 파일이 공문서로 인정돼야 적용이 가능하다. ‘북한 원전 문건’을 포함해 검찰이 산업부 공무원의 PC를 포렌식해 목록을 확인한 문서는 총 530개이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작성된 문서도 상당수 포함됐다. 청와대 보고사항뿐 아니라 기자브리핑 예상 질의응답, 언론 설명자료, 언론사 주최 포럼의 발제 자료,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 등에 대한 설명자료가 포함돼 있다. 산업부가 공개한 ‘북한 원전 문건’도 이 중 하나다.
형법 141조는 공문서에 대해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서류 기타 물건 또는 전자기록’으로 폭넓게 규정한다. 공공기관에서는 통상 결재가 있을 때부터 공문서로 본다. 정부 문서의 결재는 ‘온나라시스템’을 통해 전산으로 이뤄진다. 이 시스템에 문서를 첨부파일로 제출했다는 것을 전제로, PC에 남아 있는 사본이나 초고는 공문서로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노무현 정부 관계자들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 삭제 혐의에 유죄 판결을 하며 “형법 141조를 적용할 때 (공문서는) 정식의 접수 및 결재 절차를 거치지 않은 문서, 결재 상신 과정에서 반려된 문서 등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 판례는 대통령기록물의 특성상 공문서의 범주를 보다 엄격하게 해석한 것이란 의견도 있다.
산업부 문 국장 등은 온나라시스템으로 공식 제출한 최종본을 제외한 초안, 사본 등의 문건을 삭제했다는 입장이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관리학대학원 교수는 “공문서임을 제대로 규명하려면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삭제된 문서의 목록과 온나라시스템에 제출된 문서 목록을 대조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충분한 법리 검토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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