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터리 명단' 방역방해 아니다? 대구 신천지도 무죄
[앵커]
방역의 날이 날카로워야 할 때에 오히려 더 무뎌지게 할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는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교인 명단을 일부러 주지 않아 방역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 여덟 명에게 모두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지난달 총회장 이만희 씨에 이어 이번에도 같은 결론입니다. 법원은 명단을 확보하는 건 역학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방역을 방해한 게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오선민 기자입니다.
[기자]
신천지 대구교회 관계자들이 아무 말 없이 법정을 빠져나옵니다.
[최모 씨/신천지 대구교회 지파장 : (무죄 판결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마디만 부탁드릴게요.) …]
이 교회 관계자 8명은 교인 명단을 일부러 빠트려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지난해 2월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은 역대 단일집단 감염 중 가장 규모가 컸습니다.
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시작이기도 했습니다.
1심 법원은 8명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교인 명단 제출을 요구한 건 역학조사가 아니라 역학조사를 위한 사전준비단계"라 했습니다.
따라서 "누락된 명단을 제출한 건 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정보제공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해서 공무집행 방해로 보긴 어렵다"고 했습니다.
선고 결과에 대해 대구시는 "검찰의 항소를 지켜보겠다"며 "민사·행정소송 대응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했습니다.
신천지 측은 "선고 결과와 관계없이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책임감 있는 태도로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에도 법원은 신천지 총회장인 이만희 씨의 역학조사 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대구시는 이 재판 외에 신천지를 상대로 1천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한 상태입니다.
[앵커]
신천지발 확산이 벌어졌을 때는 법이 개정되기 전이라 방역 방해로 처벌하는 건 한계가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이 처벌해달라며 기소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까지 죄가 없다고 봤습니다. 신천지와 관련한 확진자는 5천 명이 넘는데, 지금까지 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게 됐습니다.
오효정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2월 18일 대구에서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나왔습니다.
신천지 교인이었습니다.
이후 대구교회 예배자와 접촉자를 중심으로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방역 당국이 전체 교인 명단을 요구했지만, 신천지 대구교회는 신원 노출을 꺼리는 교인 133명을 뺀 명단을 냈습니다.
방역에 혼선이 생겼고, 총회장인 이만희 씨는 결국 사과했습니다.
[이만희/신천지 총회장 : 앞으로 모든 노력을 다하겠고 또 우리의 잘못된 것도 저희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과만 했을 뿐, 법적 책임을 진 사람은 없습니다.
법원이 무죄로 판단한 근거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현행법상 역학조사는 코로나19 환자의 인적 사항 등을 확인해 원인을 추적하려는 것인데, 방역당국이 요구한 교인 명단은 확진 여부나 감염 경로 등과 상관 없이 적힌 것이니 역학조사가 아니라고 본 겁니다.
감염병예방법 위반이 아니란 결론이 이래서 나온 겁니다.
검찰은 역학조사를 넓게 해석해 기소했지만, 법원은 기본권을 제한할 여지가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법조항의 한계도 있었습니다.
신천지 교인들처럼 감염이 의심되는 집단에 대해서 방역당국이 정보를 요청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처벌조항이 지난해 9월에야 생겨서 신천지에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지난 1년간 집단감염 사례 중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5214명으로 16%를 차지했습니다.
사랑제일교회, BTJ 열방센터 등 종교시설 관련 확진자는 전체의 17%입니다.
지난 1일 대면 예배를 강행해 기소된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도 행정명령을 근거로 처벌받을 수 없다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이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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