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부장·법원장 포함 법관 82명 줄사표

정희영 2021. 2. 3.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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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 930명 정기인사
변호사 수임 제한 강화에
판사 향한 정치 공세 영향
양승태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
1심 선고전 재판부 전원 교체
올해 법복을 벗는 판사가 80명을 넘어 평년 수준을 훌쩍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사에 대한 정치 공세가 거세지며 예전처럼 '명예로운 직업'이라는 인식이 줄어든 데다 고위 법관 출신의 전관 변호사 수임 제한 강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3일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법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낸 법관은 연임 포기 포함 총 82명이다. 최근 5년간 50~60명대를 유지해왔던 것에 비해 사직 법관 수가 큰 폭 늘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사법부가 홍역을 치렀을 때와 비교해도 훨씬 많은 판사들이 법원을 떠났다.

특히 고법 부장·법원장급 고위 법관 퇴직이 두드려졌다. 올해 사표를 낸 고법 부장·법원장은 19명이다. 연임을 포기한 임성근·이민걸 부장판사를 포함하면 21명에 달한다. 지난해 퇴직한 법원장·고법 부장이 6명인 데 비해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주요 사건 판결에 대해 판사 개인을 공격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는 점과 법원장 추천제 등으로 고법 부장판사 승진 길이 좁아졌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판사들의 사기가 떨어진 지는 오래됐다"며 "정치권 등에서 판사 개인에 대해 공격하는 것은 대법원장이 막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법원장 추천제 등으로 고법 부장판사가 자연스레 법원장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줄었다는 점도 고위 법관 줄사표의 원인으로 꼽힌다.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 수임 제한이 강화된다는 실리적 이유도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고법 부장판사 이상 법관 출신 변호사 수임 제한 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날 정기인사에 따라 주요 사건 재판장도 교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 혐의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에서 임정엽 재판장과 김선희 부장판사는 서울서부지법으로 자리를 옮긴다. 양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는 모두 인사 대상이 됐다.

박남천 재판장은 서울동부지법으로, 심판·이원식 판사는 각각 서울동부지법과 전주지법 남원 지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강요미수사건을 심리하는 박진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도 대전고법 판사로 이동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직권남용 등 혐의 재판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재판을 심리 중이던 김미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재판장은 잔류했다.

이번 인사에서 김정중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민사제2수석부장판사로, 고연금 인천지법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에 각각 보임됐다. 고 부장판사는 변호사 근무 경력이 있는 경력 법관이다. 지원장에도 여성 법관·경력 법관이 대거 임명됐다. 지역별 장기근무제 도입에 따라 총 128명이 장기근무 법관으로 선정됐다.

대법원은 "법원 내 신망이 두터운 경력 법관과 여성 법관을 법원장·수석부장판사·지원장에 적극 보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근무제 실시에 따라 대법원장 전보 권한을 축소했다"며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고법은 이르면 5일 법관 사무분담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혐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정준영 서울고법 형사1부 재판장은 다른 부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2월부터 2년간 형사사건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형사1부는 조 전 장관 부인 정경심 씨의 사문서 위조 등 혐의 항소심도 맡고 있다.

이번 사무분담에서 고법 부장판사로만 구성된 형사 대등재판부가 만들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제까지 고법 부장판사 대등재판부는 민사·행정 사건을 맡아 왔다.

[정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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