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홍남기, 4차 재난지원금 두고 갈등..'홍남기 사퇴론'까지 거론
민주당은 이날 홍 부총리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당 최고위원회 뒤 “국민의 고통을 덜어드리고자 당정협의를 하겠다는 연설을 정무직 공직자가 기재부 내부용 메시지로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라며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최고위에서) 강력하게 제기됐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를 임명직인 ‘정무직 공직자’로 지칭해 선출직인 의회 권력의 차이를 강조한 것. 현 정부 들어 여당이 국무위원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도 처음이다.
민주당이 격분한 표면적인 이유는 전날(2일) 이낙연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연설 직후 홍 부총리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보편과 선별을 모두 담은 4차 재난지원금을 제시했지만 홍 부총리는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정부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부터 늘 가슴에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하루하루 뚜벅뚜벅 걸어왔고 또 걸어갈 것”이라고 썼다. 이는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도덕경의 표현으로 홍 부총리가 본인의 거취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여당과 홍 부총리의 누적된 갈등도 격한 충돌의 배경이다. 홍 부총리는 2019년 신용카드 소득공제 폐지 등에 이어 지난해 추경 편성, 주식양도세 대주주 요건 강화, 증권거래세 인하 등을 두고 지금까지 여당과 10차례에 걸쳐 얼굴을 붉혔다.
홍 부총리는 이 과정에서 여권의 주요 차기 대선주자들과도 모두 한 번씩 맞붙었다. 손실보상제에 반대하다 정세균 국무총리로부터 “기재부의 나라냐”는 직격탄을 맞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재난기본소득과 재난지원금 보편지원을 놓고 설전을 벌이다 “사소한 지적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어 2일에는 총리와 국무조정실장으로 호흡을 맞춘 이 대표와도 충돌한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경제부총리로 홍 부총리를 적극 천거한 사람이 이 대표”라며 “대선 주자 세 명과 신경전을 벌였으니 여권에 (홍 부총리에게) 우호적인 사람이 남아 있겠느냐”고 했다.
전례 없는 여당의 날 선 반응에 홍 부총리는 일단 한 발 물러섰다. 그는 이날 국회 본회의 참석 뒤 기자들을 만나 “혹시 정부와 의견이 조금 다른 사안에 대해 국민들께 확정된 것으로 전달될까 (걱정한 것)”이라며 “재정당국의 입장을 굉장히 절제된 표현으로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홍 부총리가 울먹였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기재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는 또 “어제 이낙연 대표의 연설은 공직생활하면서 들은 가장 격조있고 정책 콘텐츠가 탄탄한 대표연설이었다”고 추켜세우기도 했다.
홍 부총리가 여당의 격한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기재부 내부를 다독이기 위해서란 시각도 있다. 기재부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으로 살인적인 업무강도에 외부 공격까지 시달리느라 요즘 직원들 사기가 말이 아니다”라며 “수장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여권 내에서는 이런 갈등에도 불구하고 경제부총리 교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위기다. 한 여당 의원은 “여당 입장에서 홍 부총리에 대한 불만이 들끓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건은 인사권자의 의중 아니겠느냐”며 “홍 부총리에 대한 문 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청와대 안팎에서는 “홍 부총리가 역대 최장수 기재부 장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2018년 12월 취임한 홍 부총리는 오는 4월 1일이면 2009년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2년 4개월)의 기록을 넘어 최장수 경제수장이 된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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