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갑질' 애플 1000억 원 상생기금 마련

아이폰 유상수리 10% 할인…공정위 법적 제재 피해

조성욱 “기업 봐주기 우려 이해하나 엄격한 절차 거쳐”

국내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갑질’을 벌인 애플코리아가 1000억 원 규모의 상생방안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법적 제재를 피했다. 애플코리아는 이통사와의 부당한 계약을 자진 시정하고, 아이폰 유상수리 비용을 10% 할인하기로 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애플코리아의 동의의결안을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공정위의 심의를 받는 사업자가 위법성 판단을 받지 않고 자진 시정안을 마련해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불공정행위로 인한 피해를 보다 빠르게 구제할 수 있으면서 과징금 부과나 검찰 고발 같은 법적 제재를 면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애플코리아는 이번 시정안을 통해 1000억 원 규모의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했다. 아이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유상 수리 비용을 할인하고, 애플케어 서비스도 할인해주거나 환급하는 등 소비자 후생에 쓰기로 했다. 아이폰 유상수리 비용과 애플케어 할인(환급) 비용은 평균적으로 각각 30만 원과 20만 원 수준으로, 공정위는 소비자들에게 인당 10%에 해당하는 2만∼3만 원 정도로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 애플케어 서비스를 구입했다면 10% 환급을 받을 수 있다. 애플 공인서비스센터는 물론이고, 이통사가 운영하는 AS센터에서도 동일하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기한은 재원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다.

애플코리아는 400억 원을 들여 제조업 중소기업 대상 연구·개발(R&D)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R&D 지원센터는 애플과의 거래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중소기업이 지원할 수 있다. 또 개발자 아카데미를 열어 연간 약 200명의 교육생에게 9개월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250억 원, 혁신학교나 교육 사각지대에 아이패드·맥북 등을 지급하는 디지털 교육 지원에 100억 원을 쓰기로 했다. 애플 측은 중소기업 R&D 지원센터와 개발자 아카데미 지원을 의무 이행 기간인 3년 후에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애플코리아에 대한 동의의결이 ‘기업 봐주기’란 지적에 “만약 애플의 행위에 대해 법 위반 정도가 객관적이고 명백하고, 이 부분에 대해 고발 사건이 될 정도라고 하면 저희가 동의의결을 승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면서 “기업 봐주기가 아니냐는 우려는 이해하지만, 공정위 동의의결은 이해 관계인에게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고, 나아가 관계 행정기관 의견 수렴과 검찰총장 협의를 거치도록 하는 등 매우 엄격한 요건과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피심의인(대상 기업)에게 유리한 구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수차례 시정조치를 통해 엄밀히 살폈고,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인의 의견도 들었다”며 “특히 유상수리 비용을 10% 할인하는 등 소비자에게 직접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이 처음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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