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대착오적인 국민의힘의 '국회 대정부질문 지침'
[경향신문]
국민의힘이 4일부터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질문 시작부터 결론까지 일관된 프레임 씌우기 전략을 구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집중토록 한 4가지 프레임은 ‘반(反)기업, 반시장경제, 반법치주의, 성폭행’이었다. 국무총리와 장관에게 물을 국정 현안이 아니라 정부에 씌울 프레임과 공격 방향을 당 지도부가 ‘질문 유의사항’으로 요구한 것이다. 의원들을 장기판의 졸로 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고, ‘리모컨 정치’의 구태라 아니할 수 없다.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이 지난 2일 배포한 ‘대정부질문 사전전략회의 관련’ 문건은 4가지 프레임 외에도 정부에 ‘경제 무능, 도덕 이중성, 북한 퍼주기’라는 3가지 이미지를 각인시키도록 주문했다. ‘지속적인 용어 반복’이 필요하고, 정부 측에서 답변 대신 역질문을 하면 차단토록 했다. 7가지 부정적 프레임과 이미지로 정부를 공격하고, 국무위원들의 답과 토론은 무시하거나 최소화하라고 한 것이다. 불통·정쟁 국회를 예고한 가이드라인이다.
대정부질문은 1948년 제정국회 때부터 시작됐다.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비판하고, 국정 현안의 궁금증을 풀어내고, 때로 국정비리를 폭로하는 장으로 활용됐다. 의원들은 입버릇처럼 “국민을 대신해 묻는다”며 질문의 힘을 세우고, 대화는 일문일답 방식으로 하도록 돼 있다. 야당에 국정 현안을 따지고 물을 시간을 보장하되, 시민들이 총리·장관의 답변과 의견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1야당의 ‘닥치고 공격’ 지침이 개탄스러운 것도 이러한 대정부질문의 전통과 정도를 한참 벗어난 데 있다. 국민의힘은 내부 문건이 일으킨 논란과 역풍을 직시하고, 4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부터 이 지침을 폐기해야 한다.
가뜩이나 4월 재·보선 길목에 열리는 2월 국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국민의힘 등이 3일 ‘대북 원전 지원’ 의혹 국정조사 요구서를 냈고, 여당은 “실체 없는 북풍몰이”라며 야당 대표의 사과를 요구했다. 코로나19 방역과 민생 입법, 백신과 4차 재난지원금 논의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라는 2월 국회가 될 수 있다. 여야가 다 동의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사업 규모·방식부터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제1야당의 대정부질문 지침이 국회를 정쟁으로 물들이는지 시민들은 지켜볼 것이다. 국민의힘은 의회정치에 역행하는 지침을 거두고 민생국회에 전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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