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도 태양광발전시설?..농민들 강력 반발
"식량자급 뒷전, 생태계 파괴·농촌 투기장 전락" 우려
[경향신문]
농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농민과 주민들이 단체를 구성해 반대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농민과 주민들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시설이 들어서면 농산물 생산 감소, 농지 임대 철회, 투기, 환경파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과 순천·화순풍력발전대책위원회는 3일 “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연대회의’를 발족해 개발행위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농어촌파괴형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연대회위는 4일 전남도청 앞에서 발족식을 연다. 이 단체는 향후 농민들과 함께 ‘농지태양광 허용 법안 저지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앞서 김승남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의 의원들이 지난달 26일 ‘농지법 개정안’을 공동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농업인 소득향상과 농촌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농업진흥구역으로 지정된 농지에도 태양광발전시설 설치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태양광시설의 투자금 회수를 위해 사용허가 기간을 20년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
김승남 의원은 지난달 27일 장흥군농민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이농과 탈농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농지의 복합이용은 농촌자립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농민들은 이 같은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농지에 태양광발전이 허용되면 수입이 높은 발전시설 운영에만 관심이 쏠리면서 고품질 농산물 생산이나 식량자급은 뒷전으로 밀릴 게 뻔하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지에 태양광시설을 설치하면 작물 생산량이 7.3∼20.3%까지 감소한다.
농민들의 70%가 임대농인 상황에서 땅 주인들이 태양광발전을 위해 임대를 철회할 가능성도 높다. 태양광발전사업을 위해 농지를 사들이는 ‘가짜 농민’들로 농촌이 투기장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박형배 장흥군농민회 부회장은 “농지에 태양광발전시설을 허용하면 농사는 뒷전이 될 게 뻔하고 발전수입을 노리고 농사를 짓는 척하는 ‘가짜 농민’들로 농지 가격이 올라 농촌이 투기장이 될 것”이라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태양광 업자들의 편에 서 있다”고 말했다.
전남지역 곳곳에서는 풍력과 태양광발전시설을 두고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연대회의는 현재 순천과 화순·보성·영암·해남·나주·장흥 등 7개 시·군의 18개 읍·면에서 발전시설 설치를 두고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발전시설과 마을 간의 이격거리가 좁혀지고 있고 환경파괴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풍력·태양광 반대 전남연대회의는 “전남의 바람, 태양, 산, 바다, 들, 물 등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더구나 기업가들의 돈벌이 수단은 절대 아니다”라면서 “몇 사람이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독점하며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배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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