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베이조스의 퇴임 "나는 에너지가 넘친다, 다시 Day 1″

박건형 기자 2021. 2. 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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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CEO 물러나는 베이조스

‘혁신’의 아이콘으로 꼽히는 미국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57)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내려놓는다. 1994년 시애틀의 한 창고에서 부모의 도움으로 창업한 지 27년 만이다. 그사이 인터넷 서점에 불과했던 아마존은 모든 것을 파는 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로 성장했고, 베이조스는 유통·물류·식료품·디지털콘텐츠·미디어·우주개발 등 진출하는 분야마다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며 ‘아마존 제국’을 건설했다. 자산 가치가 200조원에 이르는 베이조스보다 부자는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뿐이다.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에서 하나의 시대가 끝났다”고 했다.

미국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큰 사진)가 2019년 9월 기자회견에서 회사 장기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베이조스는 2일(현지시각) "올 3분기에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1994년 인터넷 서점으로 창업한 이후 27년 만에 CEO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우주개발과 미디어·자선사업 등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작은 사진은 지난 2019년 5월 베이조스가 달 착륙선 모형을 공개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최고 실적 거둔 날 사임 발표

베이조스는 2일(현지 시각)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올해 3분기에 CEO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man)을 맡겠다”고 밝혔다. 베이조스는 메일에서 27년간 자신과 직원들이 이뤄낸 것들이 진정한 혁신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마존은 혁신 때문에 존재하며, 우리는 정말 미친 일들을 함께했다”면서 “고객 리뷰, 원클릭 서비스, 맞춤형 상품 추천, 프라임 초스피드 배송 등 많은 것을 개척했다”고 했다. 이어 “아이디어가 미친 것처럼 보여도 절망하지 말라”면서 “당신의 호기심을 나침반 삼아서 나가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아마존은 지난해 4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난 1256억6000만달러(약 135조5000억원)였고, 연간 전체로는 3861억달러(약 430조원)에 이른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속에서 온라인 쇼핑 수요가 급증한 데다 클라우드(서버 임대) 사업도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베이조스의 자리는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웹서비스(AWS) 대표를 맡고 있던 앤디 재시가 물려받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재시는 1997년 스타트업이던 아마존에 합류했다. 재시는 베이조스가 중요한 미팅이나 해외 출장을 다닐 때마다 함께하면서 ‘베이조스의 그림자’로 불렸다. 그는 2003년 직원 50명과 함께 당시로는 획기적인 개념이었던 클라우드 사업부를 만들었고 아마존을 독보적인 시장 1위로 키워냈다. 2016년에는 베이조스보다 20배나 많은 3560만달러의 연봉을 받는 등 직원 수가 130만명에 이르는 아마존 내 최고액 연봉자이기도 하다. 베이조스는 재시에 대해 “나의 완전한 신임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우주개발, 자선사업 나설 듯

베이조스는 직원들에게 사임 이유에 대해 “지금이 아마존이 가장 혁신적인 시기이며, CEO 교체가 이뤄질 적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마존을 둘러싼 끊임없는 잡음이 실제 사임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월 유럽연합은 아마존이 입점 업체 데이터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고, 2일에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가 아마존이 배달 직원들의 봉사료 617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또 아마존 직원들은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아마존에 호의적이기만 한 것도 아니다. 아마존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사업을 확장하는 와중에 시어스·메이시스·토이저러스 등 유통 공룡들이 줄줄이 쓰러져, ‘아마존드(아마존에 의해 파괴되다)’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베이조스가 이런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CEO직을 내려놓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베이조스는 CEO 사임이 은퇴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는 여전히 에너지가 넘친다”면서 “앞으로 새로운 제품들과 초기 단계인 계획들에 에너지를 쏟을 것”이라고 했다. 베이조스가 가장 좋아하는 ‘데이-1(창업 첫날) 정신'으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외신들은 베이조스의 계획이 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과 2013년 인수한 언론사 워싱턴포스트, 자선사업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2000년 블루오리진을 창업한 베이조스는 매년 사재 10억달러씩을 블루오리진에 투자할 정도로 애정을 보여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처럼 자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베이조스는 2018년 노숙인·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자선 재단 ‘베이조스 데이원 펀드’를, 작년에는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어스펀드’를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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