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베이조스의 조기 퇴진
[경향신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설립자(66)는 세 번의 은퇴를 선언했다. 2000년 1월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났다. MS를 설립한 지 20년 만으로, 당시 게이츠의 나이는 불과 45세였다. 2014년 2월엔 MS 회장직을, 2020년 3월엔 MS와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 자리까지 내놨다. 게이츠가 은퇴를 선언한 가장 큰 이유는 자선활동에 전념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그는 부인과 함께 만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보건과 국제개발, 교육, 기후변화 같은 전 지구적 과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설립자(2011년 사망)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렸다. 그의 성공에는 뼈아픈 실패의 경험이 녹아 있다. 잡스는 애플 설립 10년 만에 넥스트라는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그러나 넥스트는 그에게 처참한 실패를 안겼다.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모토를 내걸고 스마트폰 혁신을 이뤄냈다. 그가 인류 미래에 기여했을 또 다른 혁신을 생각하면 그를 앗아간 암이 야속하기만 하다.
게이츠나 잡스처럼 혁신 기업가 반열에 오른 사람이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57)다. 온라인 쇼핑의 미래를 내다본 그는 책 배송에서 시작한 아마존을 세계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로 성장시켰다. 베이조스가 2일 깜짝 퇴진을 선언했다. 올해 3분기 CEO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직에 전념하겠다는 것이다. 이날은 아마존의 지난해 4분기 매출(1256억달러)이 사상 처음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공개한 날이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이 뉴노멀이 되면서 이룬 성과였다.
정점에서 퇴진하는 그의 인생 2막은 어떻게 전개될까.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아마존 외에) 베이조스어스펀드, 블루오리진, 워싱턴포스트와 그밖의 다른 것들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것이다.” 어스펀드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100억달러를 투입해 만든 펀드이고, 블루오리진은 2024년 달 착륙선 개발이 목표다. 기후변화와 우주개발처럼 인류의 미래를 결정할 사업에 투신한다는 것이다. 그 비전과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게이츠와 베이조스 등과 같은 선지적 기업가의 조기 퇴진이 계속되길 기대한다.
조찬제 논설위원 helpcho6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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