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5월3일부터 코스피200·코스닥150 대형주 재개(종합2보)
개인도 3천만원내 공매도..한투연 "선거용 대책 대정부 투쟁" 반발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박응진 기자,송상현 기자 = 금융위원회가 오는 3월 15일 종료 예정인 공매도(空賣渡) 금지 조치를 5월2일까지 재연장한 뒤 5월3일부터 대형주 중심으로 공매도를 부분 재개하기로 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의 1년 재연장을 요구해왔던 개인투자자들, 일명 동학개미들은 금융위원회의 45일간의 연장 조치에 즉각 반발하면서 "대정부 투쟁에 나서겠다"고 반발했다.
금융위원회는 3일 오후 임시회의를 열고 공매도 금지 조치를 5월2일까지만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금융위는 당초 설 연휴 이후 공매도 연장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는데 예상외 속도전을 펼쳤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브리핑에서 "2월 말까지 있다가 발표를 하면 논란이 반복될 것 같았고 부분 재개 시스템 정비에 두 달 정도 필요하다는 현장의 의견을 감안해서 빨리 결정하고 준비하는 것이 제도 정착에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서 조기에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Δ국내 주식시장 상황 Δ다른 국가의 공매도 재개상황 Δ국내 증시의 국제적 위상 등을 감안했을 때 무기한 연장하거나 금지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매도를 금지한 국가 중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2개 국가만 지금까지 이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은 최소 3개월 연장을 예상했지만 금융위는 대략 45일 정도 금지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일부 종목만 공매도를 재개하기 위해선 전산개발과 시범운영 등에 2개월 이상의 준비 기간이 소요된다는 점과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과 형사 처벌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일이 4월 6일이라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일시에 재개하기보다는 부분적으로 재개해 연착륙을 유도하기로 했다. 5월3일부터 재개하는 종목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 구성 종목이다. 이들 종목이 투자자에게 익숙하고 시가총액이 크고 유동성이 풍부해 공매도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코스피200 구성 종목은 코스피 전체 종목 수(917개)의 22%, 전체 시총의 88%를 차지하며 코스닥150 구성 종목은 코스닥 전체 종목 수(1470개)의 10%로 전체 시가총액(392조원)의 50%다.
공매도 허용·금지 종목이 변경될 수도 있다. 지수 구성 종목이 반기마다 변경될 경우 공매도 허용 종목도 변경된다. 신규로 추가된 종목은 공매도를 할 수 있고 제외된 종목은 공매도가 금지된다.
금융위는 이들 종목 외 나머지 종목의 공매도 금지는 별도의 기한 없이 연장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와 금지 효과,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추후에 별도로 결정할 계획이다.
그동안 사실상 공매도를 하기 어려웠던 개인투자자들이 5월부터 대형주 대부분에 대해 공매도를 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초기 투자한도는 3000만원으로 제한되고 사전교육도 이수해야 한다. 또 최근 2년 내 공매도 횟수 5차례 이상이고 누적차입규모 5000만원 이상이면 7000만원까지 설정될 예정이다. 공매도 투자 경험이 2년 이상이거나 개인 전문투자자에 대해서는 차입한도를 두지 않기로 했다.
금융위는 공매도 재개 시점까지 제도 개선과 시스템 구축 등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먼저 불법 공매도는 반드시 적발·처벌될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현재 증권사, 대차중개기관 등 관련 기관은 오는 4월 6일 법 시행과 5월 3일 공매도 부분 재개 일정에 맞게 시스템 구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거래소의 시장 감시 기능도 전면적으로 확충된다. 이달 내 불법 공매도 점검을 위한 전담조직이 출범하고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적발 주기도 1개월 이내로 단축하기로 했다.
시장조성자는 공매도 금지 종목에 대해서도 예외적으로 공매도가 계속 허용된다. 그렇지만 전면적인 개선도 추진한다. 미니코스피200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금지하고 유동성이 높은 종목의 시장조성거래를 제한하는 등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규모를 절반 이하 수준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주식시장 조성 결과 불가피하게 공매도가 발생하는 경우에도 업틱룰을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금융위가 공매도를 45일만 연장하고 부분 재개를 하기로 하면서 개인투자자 권익보호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선거용 대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대형종목 공매도로 지수가 하락하면 지수연동 상품에 연계돼 여타 종목도 하락 태풍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공매도 세력이 계속 개인투자자 재산을 쉽게 가져가는 구도를 혁파하지 못하는 절름발이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거용 대책이라고 본다"며 "대정부 투쟁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동학개미의 반발로 향후 공매도가 부분 재개되는 5월 3일 이후 '한국판 게임스톱 운동’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은 위원장은 이에 대해 "가급적 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는 없어야 한다"며 "혹시 가능성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겠다"고 했다.
goodd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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