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은 로켓인데 대금 정산은 60일 뒤? 온라인몰은 논쟁중

30일 이내 정산 의무화 법안에
온라인몰 의견 엇갈려

부천시 쿠팡물류센터.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창궐해 2020년 온라인 쇼핑몰들의 매출이 급증해 반사이익으로 수혜를 보고 있는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개인 오픈마켓 판매자들은 정산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는 악순환에 처해 있습니다.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이 개인 오픈마켓 판매자들의 돈을 유용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12월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 일부다. 한달동안 712명의 동의만 받고 청원이 마감되면서 파장은 확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30일 이내 온라인몰의 정산을 의무화 한 이른바 ‘로켓정산법’이 발의돼 온라인 쇼핑몰 급성장 뒤에 가려진 소상공인들의 눈물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전자상거래업계(이커머스) 사이에도 반응이 엇갈린다.

지난달 27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은 온라인몰이 납품·입점업체에 상품대금을 30일 이내에 지급할 것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대규모유통업법 및 전자상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한 의원은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국정감사에서 지(G)마켓·옥션·11번가 등은 대체로 판매 1~2일 만에 대금을 지급하지만, 쿠팡·위메프·티몬 등 일부 온라인쇼핑몰은 정산 완료까지 길게는 60일 정도까지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개정안이 쿠팡을 겨냥한 법안이란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정산을 빨리 해주는 업체들은 개정안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들 업체 중 한 관계자는 “판매대금은 업체가 절대 손대지 말아야 할 돈이다. 적자로 운영되는 일부 이커머스가 지급시기를 늦추면서 이득을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쿠팡 등 정산이 늦은 업체는 정산 주기가 내부 정책에 따른 것이고, 판매자들도 주·월 단위 정산 주기를 미리 선택하고 있다고 한다. 온라인몰과 입점 업체 간의 자유로운 계약의 결과라는 취지다. 나아가 일률적인 빠른 정산 강제는 “소비자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도 편다. 정산을 빨리한 뒤 소비자가 환불 요청을 할 때 제 때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거래 규모가 큰 쿠팡의 오픈마켓에 입점해 거래하면, 일정 이상 매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판매자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긴 정산 주기에 동의했다고 본다. 앞선 청원글 게시자도 “어떻게 이렇게 운영되냐고 콜센터에 문의하면 내부정책이라고 하면 끝”이라며 “힘없는 개인 판매자들은 을의 입장에서 지냈다”고 썼다. 지연 정산 시스템은 쿠팡의 시장 지배력에 뿌리를 둔 갑질 행위에 가깝다는 뜻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