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5천억 '중이온가속기' 올해 구축 어려운 이유는
저에너지구간 올해 완성 목표..이후 별도 사업으로
과기부 "구축의지 변함 없어..단계별 구축 전환"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단군 이래 최대 기초과학 프로젝트라 불리는 중이온가속기의 올해 구축이 어렵게 됐다. 중이온가속기는 지난 2011년 이명박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를 대전 신동·둔곡지구로 지정하고, 1조 50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착수한 대규모 프로젝트다. 앞서 두 차례 연기를 거듭해 올해 구축 완료를 목표로 추진된 핵심 국가 사업이다.
전문가들은 중이온가속기 사업이 사업관리에 실패하며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표면적 이유로는 새로운 연구개발에 대한 과소 평가, 위기 관리 대응 실패, 지나친 사업단장 의존도 등이 거론된다. 현재 전문가들은 완공까지 최소 4년 이상의 추가 연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업 추진 의지에는 변함이 없으나 일괄 구축에서 단계별 구축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사업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선행 연구 필요성 간과…고에너지 구간 가속장치 문제
중이온가속기는 무거운 이온을 가속해 희귀동위원소를 만들고 활용하는 장치다. 핵과학, 의생명과학, 신소재 연구 등 다양한 기초과학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한국은 중이온가속기 사업에서 크게 장치구축과 시설건설을 추진해 고에너지 구간에서 고출력 중이온빔을 제공하는 가속기 개발과 설치·시운전까지를 목표로 설정했다. 특히 세계 최초로 희귀동위원소 생성방식을 결합(ISOL+IF)했다는 장치 특징도 있다.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에 따르면 시설은 완공 상태에 도달했지만, 장치 구축에서 일정지연이 반복되고 있다. 장치는 가속장치, RI생성장치, 기반장치, 실험장치 등으로 구성되며, 이중에서 가속장치는 다시 저에너지구간 가속장치와 고에너지구간 가속장치로 구분할 수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고에너지 구간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개발 경험이 별로 없는 고에너지 가속장치에 대한 선행 연구개발 필요성을 간과하고, 양산까지 필요한 시제품의 성능도 충족하지 못했다.
연구개발 측면 외 조직적 문제도 거론된다. 대형복합사업 관리 경험이 부족한 인력들로 구성되어 있어 위험 관리에 취약하고, 경험 있는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업단장에 권한과 책임이 집중돼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지 못했고, 부족했던 소통 문화 등도 문제점으로 제시됐다.
조무현 포항공대 명예교수는 “일반적으로 가속기와 같은 거대 연구시설은 선행 연구개발을 통해 비용과 제작 일정을 산정해 개념설계, 상세설계를 진행하나 일부 해외 문헌과 자료만 수집한 이후 사업이 진행됐다”며 “포항방사광가속기와 같은 시설과 달리 초전도가속관을 사용한다는 기술적 어려움과 시제품 제작 등에 따른 일정 지연도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별도 사업으로…과기부 단계별 구축 유력 검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에 따르면 현재 일괄 구축에서 단계전환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제작·설치가 이뤄지고 있는 저에너지 구간을 올해 말까지 구축해 사업을 종료하고, 올해 예산에 포함된 고에너지 구간 예산을 정산해 반납할 계획이다. 이후 일정 금액의 선행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1~2년 동안 고에너지구간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한 이후 후속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권면 중이온가속기건설구축사업단장은 “전 세계적으로 참고할 만한 부분이 없었던 상황에서 기술적 난이도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했지만 기술력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며 “올해 안에 저에너지 구간 가속장치 구축과 시운전까지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과기부는 저에너지구간에서 가속장치 작동을 확인하고 내년부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험을 축적하는 한편 고에너지구간에 필요한 핵심기술을 확보한 이후 사업을 추진해야 사업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기부는 사업추진위원회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위원회를 상반기 안에 열고, 사업 기본계획을 변경할 계획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일괄구축에서 단계별 구축으로 전환을 유력하게 검토할 계획”이라면서 “저에너지구간을 구축해 장치의 정상 작동을 확인하고, 빔 운영 경험을 쌓아 사업의 신뢰성을 쌓은 이후 후속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강민구 (science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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