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정체구간' 양재IC에 70층 건물 계획..서울시-하림 논박
[경향신문]
하림산업이 서울 양재IC 부근에 70층 높이 건물을 짓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서울시 도시계획국이 반대하면서 양측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쟁점은 이 일대 교통체증과 서울시 2030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에 따른 높이 기준이다.
서울시 도시계획국과 하림이 3일 서울시 출입기자단에 각각 배포한 자료를 보면, 하림은 2016년 서초구 양재동 한국화물터미널 부지(9만4949㎡)를 산 뒤 국토교통부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이 부지는 경부고속도로와 양재대로 교차점인 양재IC에 인접한 곳으로, 이 일대는 평소에도 교통체증이 극심한 편이다. 시 도시계획국은 바로 이 이유를 들어 하림의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하림은 지난해 8월 서울시에 제출한 투자의향서에서 상업 용도지역에 속하는 이 부지의 허용 용적률 800%를 가득 채운 70층 높이(339m) 계획안을 제시했다.
시 도시계회국은 반대 의견을 냈다. 상습 교통체증 해소 방안이 없는 데다 서울플랜상 이 부지는 50층 이하 건축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상위 도시계획 지침인 서울플랜은 서울을 도심, 광역중심, 지역중심, 지구중심으로 구분하면서, 가장 낮은 위계지역인 지구중심의 상업 용도지역 복합건물은 50층 이하로 제한했다.
이정화 시 도시계획국장은 이날 서울시청에서 관련 설명문을 발표하면서 “하림이 제출한 투자의향서엔 교통체증에 대한 대안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면서 “그 지역이 상습 교통정체 지역이란 걸 누구나 알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제시가 안 됐으므로 (하림의 계획안이) 상당부분 보완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 국장은 “상업지역이니 최대 용적률 800%를 달성하고자 하는 사업적 욕구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기반시설과 도로 여건, 주변지역과 관계 등을 감안할 때 최대 400%로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하고 계속 그렇게 관리하겠다”라고 했다. 하림에 앞서 이 부지를 소유했던 ‘파이시티’도 용적률 450% 계획안을 제출했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하림은 나중에 개발계획안을 구체적으로 확정하는 단계에서 실시할 교통영향평가 등 결과에 따라 조정하면 되지, 시작 단계부터 용적률 400%에 높이 제한을 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한다. “‘용적률의 상한선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국토부의 물류단지개발지침에 따라 해당 부지에 허용되는 최대 용적률을 적용한 투자의향서를 제출했을 따름”이란 것이다.
하림지주 커뮤니케이션팀 변관열 부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현재 800%냐, 400%냐(를 따지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서울시가 제시하는) 400%의 근거가 없다”면서 “파이시티가 10년 전에 (제출)했던 안을 갖고 이야기하는데, 교통영향평가 결과를 반영하면 당연히 거기에 따라야 하는 것이고 그 전엔 아무런 기준이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변 부장은 ‘서울시 주장에 따라 용적률과 높이를 낮췄다가 평가 결과에 따라 다시 높일 수도 있지 않느냐, 하림이 교통체증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물음엔 “심의를 통해서 (결정)하는 거지, 예단할 수 없다”면서 “일단 평가가 돼야 한다. 프로세스(과정)상에 (교통영향평가가) 있는데 (서울시는) 그 전에 예단해서 안 된다고 해버린 것”이라고 했다.
하림은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는 “서울과 같은 전통도시는 도시계획 관련 법령에 의한 규제들이 촘촘하고 지가도 높아 물류시설에 투자하려는 기업이 거의 없다”면서 “(국토부가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인허가 절차의 간소화, 개발밀도, 용적률 및 공공기여 등의 인센티브를 법률로 정해 부여한 이유”라고 밝혔다.
현재 하림의 모회사인 NS홈쇼핑 주주 등이 감사원에 양재동 부지 개발 건과 관련해 공익감사를 청구한 상태다. 하림은 2016년 부지 매입 후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1500억원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한다. 하림은 이 부지에 물류시설과 백화점, 호텔, 주택 등 복합건물을 구상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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