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재난지원금' 갈등 격화..여당 내부선 '홍남기 사퇴론'
어제(2일)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공식화한 '4차 재난지원금'을 두고 민주당과 기재부, 그러니까 당정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홍남기 부총리가 "보편-선별 지원을 동시에 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자, 민주당에선 홍 부총리 사퇴론까지 나온 상황인데요. 오늘 신 반장 발제에서 관련 소식과 북한 원전 관련 논란이 이야기 다뤄보겠습니다.
[기자]
어제 민주당 이낙연 대표에 이어 오늘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습니다. 보통 연설의 키워드를 꼽을 때, 어떤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했는지를 살펴보곤 하는데요. 1등은 바로 이겁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은 진정 '위대한 국민 보유국' 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올해도 코로나와 사투를… 치솟은 부동산 가격으로 우리 국민들의 절망이… 도대체 국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입니까?]
연설 전문을 놓고 검색을 해본 결과 '국민'이란 단어가 약 60번, 가장 많이 언급됐습니다. 물론 '국민의힘' 당명은 제외한 결과고요. 그만큼 제1 야당이 민생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어필한 셈입니다.
2위는 뭘까요? 코로나, 방역, 북한, 아닙니다. 총 31번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입니다. 내용은 대충 짐작이 가시죠. 코로나, 백신, 북한, 부동산 모든 키워드와 엮어 문재인 정부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촉구합니다. 이제는 알만큼 알고, 당할 만큼 당하지 않았습니까? 허망한 대북 환상에서 제발 이제는 벗어나십시오.]
먼저 문 대통령과 북한입니다. 주 원내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건넨 USB 내용을 공개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정말 원전의 원자도 없다면, 오히려 앞장서서 밝히는 게 맞는 처사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USB를 공개하라는) 야당에게는 명운을 걸라면서 북한에 넘어간 USB를 들여다본 사람이 왜 이렇게 많습니까? 여당이 감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앞장서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국민들에게 밝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일 때, 산업부가 혼자 북한 원전을 검토했다는 해명도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또 문제가 없다면 왜 새벽에 몰래 가 지우고 "줄줄이 감옥에 가고 있냐"는 거죠. 그러면서 야당의 합리적 의심을 두고, 청와대가 '색깔론', '북풍공작'이라는 프레임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야당 대표를 사법 처리하겠다는 건 겁박"이라며 북풍은 여당이 전문 아니냐고도 했는데요.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2018년 지방선거를 불과 하루 앞두고 싱가포르에서 트럼프, 김정은 정상회담쇼를 주선했던 사람은 누구입니까? 바로 이런 게 북풍공작 아닙니까? 적반하장도 유분수입니다.]
연설 직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북한 원전 관련 국정조사 요구서를 합동으로 제출했습니다. 민주당은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죠. 어제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USB 공개는 원칙적으로 불가"라 선을 그으면서" 단, 야당이 '명운'을 건다면 고려해보겠다"고 했습니다. 결과에 따라 야당과 청와대 큰 상처가 날 수 있는 상황. 적어도 책임지겠단 약속은 해야될 것 아니냐. 대략 이런 상황인 거죠.
[영화 '타짜' (2006) : 동작 그만 밑장빼기냐? 뭐야? 예림이, 그 패 봐봐, 혹시 장이야? 패 건들지 마! 손모가지 날라가붕게.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돼? 좋아. 이 패가 단풍이 아니라는 거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지를 건다. 오냐, 내 돈 모두하고 내 손모가질 건다. 둘 다 묶어!]
다시 주 원내대표 연설로 돌아옵니다. 방역, 경제, 부동산 하나하나 날을 세우던 주 원내대표 딱 한가지 대목에서 "민주당과 뜻이 같다" 호응했습니다. 이낙연 대표가 어제 연설에서 언급한 4차 재난지원금 이슈인데요.
"민생과 경제에도 백신과 치료제가 필요합니다. 4차 재난지원금을 준비하겠습니다." 국민의힘도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지급 논의에 적극 협조하겠다, 코로나 피해 구제를 위한 초당적 논의에 나서자고 제안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원내대표 :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고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야정 당사자 간 협의체' 구성을 제안합니다. 손실보상, 재난지원금 외에도 정부의 제한 조치로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게 '긴급생존자금' 지원을 추진하겠습니다.]
추경을 위해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이낙연 대표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인데요. 오히려 같은 편에서 반대표가 나왔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곳간 책임자는 난데 무슨 소리냐,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며 공개입장을 밝힌 겁니다.
홍 부총리는 어제 페이스북을 통해 "추가 재난지원금 지원이 불가피하다고 하더라도 전 국민 보편지원과 선별지원을 한꺼번에 모두 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정책결정에 비용이 따르고 제약이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다다익선보다는 적재적소가 중요하다"면서" 저부터 늘 지지지지(知止止止)의 심정을 담고 걷겠다"고 했는데요. gee gee gee 이 노래 아닙니다. 노래 꺼주시고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표현으로 '그침을 알아 그칠 곳에서 그친다'는 표현인데요. 언제든 부총리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다, 직을 걸고 필요한 말은 하겠다 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그러자 민주당에선 "잘못된 인식", "한가한 소리 하고 있다"는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왔습니다. 비공개 최고위에선 아예 사퇴해야 한단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염태영/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홍남기 부총리께서 내부적으로 신중하게 논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감정이 묻어날 정도로 여당 대표의 의견을 반박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의 공개 저격, 홍 부총리로선 당혹스러웠을 겁니다. 오늘 본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재차 본인의 입장을 설명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잠시 울컥이랄까, 울먹이랄까,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홍남기/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여권에서 사퇴설까지 나왔는데) 잠깐만요. 어제 대표 연설이 저는 격조 있는 연설이었고, 다만 그중에 이제 재난지원금과 추경과 관련돼서 대표님이 말씀을 주셨는데, 혹시 정부와 좀 다른 이견 사항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확정된 걸로 전달이 될까 봐…제가 드리고자 하는 내용은 어제 SNS에 굉장히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절제를 해서 잘 표현을 드렸다고 생각을 합니다.]
할 말을 절제해서 한 것이다, 당의 격앙된 분위기에는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자신의 뜻을 굽히진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홍남기/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 (어제 입장에서 크게 변화는 없으신 건가요?) 많이 숙고하고 또 절제되게 저는 정중하게 표현하려고 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민주당에서는 내부 메시지라고 평가하기도 하던데 정말 내부적으로만…) 여기까지만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민주당은 대략 20조에서 30조 원 안팎의 '벚꽃 추경'을 구상 중입니다. 2월 임시 국회 안에 제안을 하고, 곧바로 3월 임시국회에 통과시킨다는 게 목표인데요. 향후 당청관계가 어떤 양상을 띄게 될지 주목됩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 정리합니다. < 여당서 터져나온 '홍남기 사퇴론'…홍남기 "절제된 표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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