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한다면서 교사 임용은 0명..제2외국어 고사 위기
[EBS 저녁뉴스]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고교 학점제가 3년 뒤 도입됩니다.
하지만, 선택과목을 가르칠 교사가 턱없이 부족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우려가 높은데요.
특히 수년째 신규임용이 중단된 제 2외국어 과목에서, 공급 차질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송성환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올해 8월 퇴직을 앞둔 프랑스어 과목의 김종철 교사는 요즘 마음이 무겁습니다.
인근 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던 교사가 이달 정년퇴직을 하면서 프랑스어 과목이 없어졌단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김종철 교사 / 서울 경기고
"대부분의 학교에서 불어교사가 퇴직하게 되면 대체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폐강을 해왔기 때문에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내년이 되면 서울에 남는 프랑스어 정규교사는 단 한 명뿐.
서울에선 지난 1992년 이후, 전국적으로도 2008년을 마지막으로 프랑스어 교사 임용시험이 한번도 치러지지 않았습니다.
2000년대 들어 제2외국어 선택에서 일본어와 중국어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해진 이후 대부분의 제2외국어 과목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학교에선 행정부담 때문에, 학생들은 내신성적에서 불리하단 이유로 중국어와 일본어 외에 다른 제2외국어 선택을 기피하게 되고, 교육청에선 학생 수요가 없단 이유로 교사를 뽑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된 겁니다.
인터뷰: 최광락 교장 / 서울 경기고
"서양어 선생님이 안 계신 학교는 아예 그 과목에 대한 수요 조사를 하지 않는 거죠. 잠재적 수요가 있더라도 개설할 수가 없는 겁니다."
문제는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이후입니다.
학생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하게 하겠단 취지와 달리 제2외국어는 교사가 없어 수업 자체가 열리지 않을 우려가 나오는 겁니다.
실제 한국교육개발원이 고등학생 2만9천여명의 선택과목 선호도를 현재 교사 숫자에 대입해봤더니 국영수와 한국사, 중국어 등은 수요에 비해 교사 수가 많은 반면, 대부분의 제2외국어 과목은 교사가 크게 부족했습니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금부터 제2외국어 과목에 대한 교사 수급계획을 새로 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인터뷰: 조성철 대변인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학생 수요에 따라 교사) 양성 체제를 갖춰서 배출하는 것들이 지금부터 준비되고 마련되지 않는 이상 기간제 교사나 강사로 대체하는 임시방편으로는 고교학점제 실현은 불가능하다…"
프랑스어 등 일부 제2외국어 과목 교사들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 교사 확충을 공식적으로 요청할 계획입니다.
EBS뉴스 송성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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