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부담상한제' 엇갈린 당국 해석에..환자만 속탄다

류난영 2021. 2. 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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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환급받으니 실손보험금 못준다는 보험사들
"환급금은 소득보전 성격"vs"의료비"..당국 해석 엇갈려
기사내용과 무관

[서울=뉴시스]류난영 기자 = 류난영 기자 = 대구에 거주했던 60대 폐암 환자 신모(여·사망)씨는 2019년 상반기 병원비 100여 만원을 실손보험사에 청구했으나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50여만원의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는 이유로 이를 전혀 지급받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실제로 환급받은 금액은 57여 만원이었다. 유가족들은 보험사에 차액을 환급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보험사는 본인부담상한제로 환금급이 나왔다며 이를 돌려주지 않았다.

암이나 희귀질환 등 중증질환자의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들어진 '본인부담상한제'가 정작 의료비 부담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사가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실손의료보험금을 선 제외하고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는 사례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인부담상한제는 연간 본인부담금이 개인 소득수준별 상한액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하는 금액을 사전이나 사후에 공단에서 부담하는 제도로 2004년 7월부터 시행된 제도다. 다만, 비급여나 전액 본인부담, 선별급여, 임플란트, 2~3인실 입원료, 추나요법 등의 본인부담금은 본인부담상한제에서 제외된다.

2021년 기준 본인부담상한액은 진료연도에 가입자가 부담한 연평균 보험료 부담 수준을 기준으로 소득 1분위는 81만원, 2~3분위는 101만원, 4~5분위는 152만원, 6~7분위는 282만원, 8분위는 352만원, 9분위는 433만원, 10분위는 584만원의 상한액을 적용한다.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이유는 '본인부담상한제'를 어떤 성격으로 보는지에 대한 시각 차이 때문이다. 환자와 보건당국은 이를 복지제도적 측면에서 보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보험사측은 경제적인 측면, 즉 중복 보상으로 접근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본인부담상한제는 보험제도가 아닌 국민 복지제도이기 때문에 환급금과 무관하게 실손보험으로 보상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본인부담상한제의 환급금은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보장 증진을 위해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 등을 목적으로 실시되는 현급급여로 소득보전 차원의 공적급여"라며 "본인부담금 상한제 사후 환급금을 환자 본임부담금 경감으로 간주해 민감보험사에서 이를 공제하고 지급하는 것 자체가 국민건강보험법 도입 취지 등을 고려할 때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험사들은 실손의료비는 보험제도의 개념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중복 보상이 불가능하고, 실제 본인이 부담한 금액만 보상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 의료실비의 취지가 환자가 사용한 실제 치료비를 보상하는 것인 만큼 공단에서 환자에게 이를 환급하게 되면 그만큼을 차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본인부담상한제의 애초의 목적은 국민 의료비 절감에 있지만 보험업계는 2009년 10월 '실손보험 표준약관'을 개정해 본인부담 상한액을 초과한 의료비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건강보험 또는 의료급여 법령에 따라 사전 또는 사후환급이 가능한 금액을 보상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보험사들은 이를 근거로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라 환급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역시 실손보험은 실제 발생한 손해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 원칙인 만큼 보험사들의 조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건보가 부담한 의료비는 가입자가 실제 부담한 의료비가 아니기 때문에 실손보험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타당하다"며 "만약 이를 포함하게 되면 중복지급으로 인한 금전적 이득이 발생해 건보 재정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2010년 7월 본인부담금 상한액 초과금액을 건보공단으로부터 환급받는 경우 보험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2009년 10월 표준약관 개정 전 실손보험에 가입한 환자의 경우 본인부담 환급금과 별도로 보험금 지급이 타당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약관 개정 이전의 경우 환급금과는 무관하게 실손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보험사들은 약관 개정 이전 가입자에게도 소급 적용해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을 보상하지 않고 있다.

보건당국과 금융당국이 엇갈린 입장을 내고 있는 사이 정작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환자들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 17개사와 손해보험 13개사가 건강보험 본인부담상한제를 이유로 지급하지 않은 실손비용은 2018년 419억5917만원, 2019년 554억6674만원으로 추산된다.

본인부담상한액 환급금은 연간 의료비 총액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 특성상 건보공단이 병원에 대납하는 사전환급금 형태보다는 다음연도에 건보 가입자에게 돌려주는 사후환급 형태가 대부분이다.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은 전년도 보험료 연말정산 고지와 소득세 신고가 끝난 다음연도 8월경에 환급된다. 본인부담금이 상한액에 도달해 환급된다고 해도 실제로 지급받기까지는 수 개월이 걸린다.

문제는 민간 보험사들이 환급금의 규모도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환급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실제 지급 여부와 상관없이 보험금 지급을 미리 공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환급금은 지급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발생할 환급금을 이유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면 암이나 희귀질환 등 의료 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중증환자들의 경우 당장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또 환자의 과도한 의료비 지출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재정 지출의 혜택이 모두 민간 보험사로 돌아가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의 김성주 대표는 "본인부담상한제의 환급금은 의료비로 이미 지출한 비용을 현금으로 환급받아 의료서비스 외에 소비재를 추가로 소비할 수 있는 소득 보전 차원의 공적급여로 보험급여 중 현금급여에 해당한다"며 "공적 현금급여인 본인부담금상한제의 환급금은 사계약인 실손보험의 보험금과는 별개의 성격을 지닌 급여이므로 실손보험의 보험금과 함께 논할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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