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 78호, 83호 반가사유상, 국립박물관서 동시 전시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명품으로 꼽히는 국보 78호와 83호 반가사유상 두 점이 올해 11월부터 나란히 전시된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두 작품을 상설 전시하는 440㎡ 규모의 전용 공간을 2층 기증관 입구에 마련하겠다”며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찾아가듯 반가사유상을 중앙박물관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3일 밝혔다.
오른발을 왼쪽 무릎 위에 걸치고[반가·半跏] 깊은 생각[사유·思惟]에 잠긴 두 불상은 살며시 다문 입에 미소를 머금어 깨달음의 희열을 드러내는 동시에 조형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바라보고 있으면 영혼이 치유되는 느낌을 주는 걸작이다. 하지만 3층 불교 조각실 안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두 점을 1년마다 교체 전시해 한 점은 늘 수장고에 있었다. 두 작품이 함께 전시된 것은 지난 2004년과 2015년 특별전 단 두 번뿐이었다.
민 관장은 이날 열린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전 세계 반가사유상 70여 점 중 완전한 형태를 갖춘 1m 내외의 금동 반가사유상은 4점뿐인데 그 중 두 점이 우리 박물관에 있다”며 “10년 전 전시과장으로 외국 박물관을 접촉할 때마다 반가사유상의 출품 가능 여부가 전시 규모를 결정지을 정도로 해외 전문가들이 최고로 꼽은 작품”이라고 했다. 11월 1일 공개되는 전시장은 전통 디자인에 현대적 감각을 입혀 조성할 계획이다. 진열장 없이 두 점을 나란히 전시해 박물관 대표 브랜드로서의 가치를 최대한 부각한다는 구상이다.
2024년 완공되는 ‘문화유산 과학센터’도 기대를 모은다. 총 사업비 274억원, 연면적 9350㎡ 규모. 재질·분야별 보존과학 데이터를 축적해서 유물에 대한 진위 검증에 활용할 계획이다. 민 관장은 “잊을 만하면 나오는 게 문화재 진위 논란인데, 가장 큰 문제가 전문가의 안목과 경험이라는 주관적 판단에 의지하기 때문”이라며 “국립박물관 소장품을 중심으로 공·사립박물관의 지정 문화재 데이터를 우선 쌓고, 이를 기반으로 국공립 기관이 요청하는 유물에 대한 진위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 관장은 또 기증자 예우를 위한 ‘기증자의 전당’을 만들고, 기증 스토리를 담은 영상을 제작하는 등 기증관을 확대 개편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어린이박물관은 2배 이상 확장해 한국 문화뿐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콘텐츠를 늘릴 계획이다.
올해 박물관이 마련한 주요 특별전도 소개했다. 셰익스피어부터 에드 시런까지 초상화를 통해 16세기~현대사 인물을 들여다보는 ‘시대의 얼굴’ 특별전이 4월 20일 개막한다. 엘리자베스 1세, 찰스 다윈, 데이비드 호크니 자화상 등 영국 국립초상화미술관 대표 소장품 80여점을 국내 처음으로 소개한다. 인류의 진화과정을 돌아보는 ‘호모사피엔스’(5월 18일~9월 26일)도 관람객을 기다린다.
하반기엔 ‘중국 상하이박물관 소장 고대 청동기 문명’(9월 16일~11월 14일), 조선시대 불상과 불화를 조성한 승려 장인을 조명하는 ‘조선시대 승려 장인’(12월 7일~내년 3월 6일), 한국·중국·일본·동남아시아 옻칠 공예품을 모은 ‘칠기의 아름다움’전(12월 21일~내년 3월 20일)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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