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시장 쑥대밭..청년 신규채용 줄고 고령층 일자리만 늘었다

우상규 2021. 2. 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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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일자리 감소 실태
정부 고령자 중심 대책 내놓고
경영난에 더 줄어든 신규채용
청년 91% "취업 더 어려워져"
대기업 공채서 수시채용 전환
취준생들 규모 축소될까 우려
전문가 "일자리 창출 규제 개선
재교육·직업훈련 지원 등 필요"
한산한 취업게시판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채용이 불투명해진 가운데 3일 서울 시내 한 대학의 취업게시판 주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상윤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고용시장은 쑥대밭이 됐다. 음식·숙박업 등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취업자가 급감했다. 정부가 고령자를 중심으로 한 단기 재정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60세 이상 일자리는 늘었지만 나머지 연령대는 모두 줄었다.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채용을 꺼리면서 사회 초년생들의 취업문도 좁아졌다. 전문가들은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을 위해 정부가 직업훈련이나 재교육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근본적으로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도록 규제 개선 등에 신경 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청년 10명 중 9명 “취업 힘들어져”… 고령층만 일자리 늘어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는 전년 대비 21만8000개 감소했다. 병이나 사고, 연가·휴가, 교육·훈련, 육아, 노사분규, 사업 부진·조업 중단 등의 사유로 일시적으로 휴직한 ‘일시휴직자’는 43만명이나 늘었지만 이들이 모두 취업자로 분류돼 그나마 전체 일자리 감소폭을 완화한 결과다. 업종별로는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도소매(-16만명), 숙박·음식(-15만9000명), 교육서비스(-8만6000명) 등 대면 서비스업의 타격이 컸다. 연령대별로는 정부의 단기 재정 일자리 공급으로 60세 이상 취업자만 37만5000명 늘어났다. 반면 아르바이트 등을 시작하는 10대(15∼19세·-3만6000명), 사회에 첫발을 들여놓는 20대(-14만6000명), 자리를 잡기 시작하는 30대(-16만5000명) 등 나머지 모든 연령대에서 취업자가 감소했다.

청년 10명 중 9명은 “코로나19로 취업이 어려워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청년위원회는 지난해 11∼12월 구직 중인 29세 이하 청년 596명을 대상으로 한 ‘청년 구직자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2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구직이 어려워졌다’는 응답은 전체의 91.7%에 달했다. 미래의 고용 상황에 대해서도 73.9%는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대기업 공개채용 → 수시채용 전환… 청년들 “취업문 좁아져”

국내 주요 대기업이 정기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 속속 전환하는 것도 청년층에게는 취업문이 좁아지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미 2019년부터 대졸자 공채를 없앴고, LG그룹과 KT도 이후 수시채용으로 방식을 전환했다. 내년부터는 SK그룹이 100% 수시채용을 시작한다.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걱정하는 점은 수시채용에 따른 신규채용 규모 축소다. 수시채용은 ‘정기공채 ○○○명’ 식의 정확한 채용인원이 공개되지 않는다. 수시채용의 경우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이 과연 담보될 수 있느냐도 의심스럽다. 수시채용은 지원자가 한꺼번에 공개경쟁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서 지원자의 이른바 ‘백 그라운드’ 등의 부정적인 요인이 끼어들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관계자는 “각 기업은 매년 사업계획이나 인력 자연감소분 등을 고려해 새로 필요한 인력을 추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기공채나 수시채용을 진행하기 때문에 그 방식이 변한다고 채용규모가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기업이 일자리 만들도록 제도 개선해야”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단기 일자리 공급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고용시장 상황을 개선하는 데는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도 지난해처럼 대면 서비스 업종과 자영업자, 청년, 임시·일용직 등 고용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정부가 그 부분에 고용대책 등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도 고용을 늘리기 어렵고, 정부가 계속 월급을 줄 수는 없으니 단기 일자리를 제공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 숫자를 유지한 것은 대부분 고령자의 단기 일자리인데 통계수치 개선에는 도움이 됐지만 고용시장 사정이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민간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재교육이나 직업훈련을 받아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창업도 생계형이 아닌 고부가가치형이 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기업이 새롭게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규제 완화도 중요하다”며 “이와 함께 업종·지역·산업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급격히 올린 최저임금 문제와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있었던 노동시장 충격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남혜정·정필재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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