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성착취범 잡으려다 희생된 엄마·아빠 FBI요원 소식에 미국이 울었다
모두 배우자-아이둔 부모 사실 알려지며 애도 물결
2006년부터 '아동 성범죄 퇴치 작전' 펼치고 있지만 언제 끝날지 난망
“매일 FBI 요원들은 미국인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위험천만한 일에 목숨을 내던진다. 희생된 두 요원은 그 사실을 영웅적으로 입증했다.”(크리스토퍼 레이 FBI국장)
“이 어둠의 날, 우리는 FBI 요원으로서 임무를 수행한 용감한 남성과 여성에게 애도를 표한다. 그들의 희생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몬티 윌킨슨 법무장관 대행)
“FBI는 가족이고 우리의 일은 위험천만한 일 투성이다. 오늘 우리의 가족 2명을 잃었다는 냉엄한 현실과 마주한다.”(조지 파이로 FBI 마이애미 특수수사대장)
아동 성착취범죄를 수사하던 FBI요원들을 상대로 자행된 총기난사로 2명의 요원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사정당국 최고 당국자들이 잇따라 애도 성명을 발표했다. 세계 최강의 수사조직이라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FBI도 정예 요원 2명을 순식간에 잃고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FBI요원이 임무 수행 중 용의자로부터 총격을 받고 숨지는 사건은 전례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이 미국인들의 분노와 애도를 자아내는 이유가 또 있다. 총격 사건이 어린이들을 상대로 몹쓸짓을 저지른 아동 성착취물 범죄 수사 도중 일어났고, 희생된 FBI요원들이 모두가 배우자와 자녀를 둔 ‘엄마 요원’ ‘아빠 요원’이기 때문이다.
희생자 로라 슈워첸버거(43) 요원은 16년차의 베테랑 FBI 수사관이었다. 콜로라도 푸에블로 출생으로 2005년 뉴멕시코 앨버커키 지국에서 초임 FBI 수사관으로 부임했고, 2010년에는 플로리다 마이애미 지국으로 발령받아 최근 7년동안 어린이 상대 범죄 수사를 전담해왔다. 그가 관할하는 플로리다는 미국의 대표적인 우범 지역이다. 슈워첸버거 요원은 관할 구역의 초중고교에서 일일 교사로 범죄와 안전 관련 강의도 활발히 했다. 이날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그는 남편 및 두 아이와 영영 이별하게 됐다.
불의의 총격으로 함께 희생된 댄 알핀(36)요원은 2009년 FBI에 합류해 뉴욕 지국을 거쳐 2017년 마이애미 지국으로 와 선배 슈워첸버거 요원과 호흡을 맞추며 아동 상대 성범죄·폭력범죄를 전담했다. 그 역시 이날 서른 여섯의 젊은 나이에 아내와 아이를 두고 갑작스럽게 떠났다.
어린이 성착취 범죄를 수사하던 FBI 요원들은 연방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플로리다 선라이즈의 한 주택가를 수색하다 총격을 받았다. 2명의 희생자 외에 3명도 중상을 입었다. 이 중 두명은 몸에 여러 발의 총탄을 맞아 상태가 위중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도 현장에서 숨졌다. FBI는 사건에 관한 전모가 드러날때까지 용의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의 불안한 치안상황이 재조명받고 있다. FBI의 강력 범죄 소탕 작전은 종종 영화·드라마·소설의 소재로 인기를 끌었다. 대표적인 작품이 변태적 연쇄살인마를 처단하기 위해 투입된 신참내기 여성 FBI요원의 이야기를 그린 1991년 영화 ‘양들의 침묵’이다. 영화는 소설에 기반을 둔 픽션이지만,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현실도 여성·어린이들을 상대로 한 흉악범죄는 근절되지 않고 있으며, 영화와 달리 FBI 요원들이 희생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FBI를 비롯해 미 법무부와 연방검찰, 연방·각 주 수사기관들은 지난 2006년 5월 ‘안전한 유년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어린이·청소년 상대 강력범죄수사 퇴치를 위해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일종의 범정부 연합작전이다. 이 작전을 통해 미 전역에서 어린이·청소년들을 상대로 한 약취·성폭행·성매매·성착취물 제작 및 유통 등의 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체포·수사·기소돼왔다.
세계 최대 규모 아동 성착취물 운영자 손정우 사건 역시 2019년 10월 이 협업수사를 통해 발표됐다.
하지만, 이런 협업수사에도 불구하고 미 전역에서 어린이·청소년 상대 성범죄는 근절되지 않고 있어 ‘안전한 유년기 프로젝트’는 미 역사상 최장기간 범죄퇴치작전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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