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개미 반란 '일장춘몽' 되나..게임스톱 60%·銀 10% 폭락
"게임스톱 쇼트 스퀴즈 통해 상승
로켓 연료 떨어져 지구로 추락중"
월가, 시장 정상화 움직임에 안도
"증시 버블 극명히 보여줘" 우려도
전날 30%나 빠졌던 비디오게임 소매점 게임스톱의 주가가 2일(현지 시간) 또다시 60% 폭락하자 월가에서는 게임스톱이 독일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의 사례를 뒤따를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난 2008년 10월, 포르쉐가 폭스바겐의 지분을 대거 늘렸다는 깜짝 소식에 공매도를 했던 헤지펀드들이 주식을 매입하면서 쇼트 스퀴즈가 발생, 폭스바겐 주가가 이틀 만에 네 배 폭등했다. 쇼트 스퀴즈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한 투자자가 주가가 오르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주식 매입에 나서 결과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을 말한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주가 폭등 이후 주가에 대한 의문이 커지면서 나흘 만에 58% 폭락했고 한 달 뒤에는 최고가일 때보다 70%나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게임스톱 역시 주가 상승 요인이 크게 줄었다고 보고 있다. 퍼시픽 라이프 펀드 어드바이저스의 맥스 고크만은 “쇼트 스퀴즈를 통해 기술적으로 상승했지만 로켓 연료가 떨어졌고 지구로 추락하고 있다”며 “다른 시장 참여자들은 중력이 작용하고 있으며 종목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이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스톱에 대한 공매도도 줄어들고 있다. 투자 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지난 한 주에만 게임스톱 공매도 주식이 3,500만 주 이상 감소했다. 배런스는 게임스톱을 공매도했던 이들이 도망가고 있다며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최고 전략가는 “주가가 떨어질 때 공매도 세력은 이익을 내기 위해 주식을 사기 때문에 주가에 약간 도움을 준다”며 “만약 공매도 세력을 모두 몰아내고 주가가 떨어지면 주가 하락 시 지탱할 것이 거의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게임스톱의 주가 폭등을 이끌었던 소셜미디어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 토론방에서 다음 타깃으로 지목한 은 가격이 전날 9% 이상 폭등한 후 이날 10.3% 급락했다는 점도 시장이 정상적으로 되돌아가는 신호라는 분석이 있다.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1980년 헌트 형제가 세계 공급의 3분의 1을 장악하면서 은 값을 3주 만에 713% 폭등시킨 적이 있지만 지금은 각종 규제 때문에 이 같은 상황이 다시 나올 수 없다”며 “지금 환경에서 소매 투자자들이 은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변동성만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시카고상품거래소(CME)는 은 값이 비정상적으로 움직이자 선물 거래 요건을 강화했다.
월가에서는 게임스톱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만큼 증시가 계속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많지만 증시의 버블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라는 우려도 만만찮다. 월가의 대표적인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이날 “주식을 계속 들고 있어야 한다. 나는 여전히 강세로 보고 있다”며 조 바이든 정부의 추가 부양책이 증시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은 “이번 일은 엄청난 유동성과 매우 낮은 금리 때문에 가능했다”며 “시장이 정상적인 수준에서 꽤 벗어나 확장하는 게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며 증시 붕괴가 가까이 왔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게임스톱 사태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게 아니라는 예상도 있다.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약 6개월 전부터 유튜브에서 게임스톱 주식을 홍보하면서 개미들의 투자를 이끈 유튜버 키스 길은 이날 폭락에도 여전히 게임스톱 주식 5만 주와 콜옵션 500개를 갖고 있다. CNBC는 이날 주가 하락으로 그의 자산 1,300만 달러가 허공으로 사라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가에서는 게임스톱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공매도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개인 투자자들의 자유로운 거래를 막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도 공매도는 합법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추가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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