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미납한 유엔 분담금, 한국에 동결된 자금으로 낸다

외교부, 미국과 협의…미국 외 금융시장서 환전 방안 등 검토
"동결자금 문제 해결 진정성, 이란이 느끼는 계기 됐다"

이란이 내지 못한 유엔 분담금을 한국에 동결돼 있는 이란의 석유수출대금으로 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미국은 이 같은 방안에 대한 협의를 거의 마무리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란 정부는 전날 억류된 선원을 석방했는데, 이 같은 우리 정부의 노력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지난달 10일(현지 시각) 이란에 억류된 선원들의 조기 석방을 위해 테헤란을 방문,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차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국내에 동결된 자금을 이용한 이란의 유엔 분담금 납부와 관련, "거의 해결이 돼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전반적으로 분담금을 (동결자금으로) 낸다는 것은 (미국과) 협의가 끝났고, 굉장히 기술적 부분만 협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유엔에 따르면 이란이 유엔 회원국으로서 총회 투표권을 유지하기 위해 내야 하는 최소 분담금은 1625만달러(약 180억원)다. 현재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한국의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동결돼 있는 이란의 석유수출대금 약 70억달러(7조8천억원)에 비하면 크지 않은 규모다.

앞서 이란은 동결된 원화자금으로 분담금을 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 그런데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유엔에 송금하는 과정에서 미국 금융망을 거칠 경우 제재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부는 분담금이 동결되지 않도록 미국과 협의를 진행했고, 미국 외 금융시장에서 달러로 환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분담금 외에도 동결자금을 활용한 이란과 인도적 교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

이 당국자는 분담금 문제 진전이 "동결자금 문제 해결에 대한 우리의 진정성을 (이란이) 느끼는 계기가 됐다"며 "최종건 1차관 방문과 그 뒤 외교 소통을 통해 우리의 진심이 이란 지도부에 전해졌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는 전날 약 한 달 전부터 억류 중인 '한국케미'호 선원 대부분을 풀어주기로 했다. 이란 정부는 해양 오염 조사를 위해 선박은 계속 억류하고 있으며, 이 기간 선장 1명은 남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케미호 선원 20명 중 귀국 인원은 확정되지 않았다. 풀려난 선원들도 코로나 상황 때문에 언제 귀국할지 불투명하다.

이 당국자는 "이란은 선원은 다 풀어주고 선박도 사법절차를 조속히 종료해 풀어주겠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선박을 억류하면 유지 관리를 해야 해 선장을 남겨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사가 선장 1명으로 선박 관리가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어 정부는 선원을 추가로 남길지 등을 협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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