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투자도 잠시 멈춤
빚투 사상 최대..이럴 때가 고점 신호
코스피 2배 올랐는데 더 사는 건 탐욕
증시 하락 구실 찾을 때는 피해 있어야
현대차 주가는 지난 1월 8일 19.42% 올랐다. 미국 애플사의 자율주행 전기차인 ‘애플카(가칭)’ 공동 개발 소문 때문이다. 현대차는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지만 증시에서는 현대차그룹과 애플의 동맹을 기정사실화했다. 현대차와 애플의 동맹설은 소문이 원래 그렇듯 확인되지 않은 채 주가만 올려놓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시가총액이 50조 원을 넘어가는 국내 대표 종목이 고작 몇백억 원짜리 작전주처럼 움직인 것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3일에는 기아가 애플로부터 투자를 받는다는 풍문에 9.65% 뛰었다.
뉴욕 증시는 1월 27일 급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다우지수는 지난해 10월 말 이후 최대 낙폭을 보였다. 지수를 끌어내린 것은 전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이었다. 그는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을 논의하기는 이른 시점이며 테이퍼링 전에 시장에 충분히 알리고 점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은 이를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를 부추긴 것으로 해석했다. 파월 의장이 반대로 “테이퍼링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정도로 발언했다면 지수가 올라갔을까. 시장은 아마 이를 긴축 신호로 여겨 낙폭을 더 키웠을 수 있다. 마치 상승장에서는 국제 유가가 올라도 호재이고 내려도 호재인 것처럼, 하락장에서는 반대로 올라도 악재이고 내려도 악재인 것처럼 말이다. 결국 이날 뉴욕 증시는 아무 이유 없이 괜히 내렸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주가가 이렇게 움직일 때는 조심해야 한다. 주식을 좀 하는 사람들은 이럴 때 고점이 다가왔다고 느낀다. 지금 증시는 과열돼 있다. 과열 여부를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전에는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가 증권사 객장에 나타났다. 지금은 맘카페에 “단타로 아이 우유값 벌었어요”라는 글이 올라온다.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는 ‘빚투(빚내서 투자)’다. 신용 융자 잔액이 사상 최대인 20조 원대까지 올라와 있다.
증권사가 코스피의 추가 상승을 점치는 것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코스피가 지금보다 더 올라가려면 삼성전자 주가가 뛰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얼마 전까지 10만 원이 코앞이었다가 주춤해 있다.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 주가는 평균 10만 5,000원이니까 지금 주가보다 24.11% 더 오를 수 있다. 주가를 설명하는 가장 확실한 수치는 영업이익이다. 10만 원이 넘는 목표 주가에는 걸맞은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 삼성전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평균 45조 8,605억 원이다. 지난해의 35조 9,900억 원보다 높으니까 주가도 올라갈까. 삼성전자는 2018년 58조 8,9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이 해에 주가가 가장 높았을 때가 5만 3,000원이었다. 영업이익은 2018년보다 적은데 주가는 거의 두 배가 될 것이라는 추정은 분석이 아니다. 근거 없는 장담일 뿐이다. 또 하나 이상한 것은 대부분 올해 반도체 경기를 좋게 본다는 점이다. 반도체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특수를 맞았다. 가정은 PC를 업그레이드하고 기업은 서버를 증설했다. 올해는 아니다. 반도체 경기가 지난해보다 나아질 이유가 없다. 증권사는 투자자 돈을 더 끌어들이려 과열을 조장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분석을 다시 하는 것이 좋겠다.
증시의 최대 악재는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이다. 코스피는 지난해 3월 1,439포인트를 바닥으로 삼아 3,000포인트대까지 뛰었다. 주가가 두 배가 됐으면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마이너스통장을 개설하고 신용 융자를 내고 미수 거래까지 해가며 주식을 사들이는 것은 탐욕이다. 지금 증시는 내려가고 싶어한다.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줄 사람이 필요한 것처럼 증시는 하락으로 이끌 구실을 찾고 있다. 이럴 때는 피해 있어야 한다. 최소한 남의 돈으로 투자해놓은 것은 빼놓아야 한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잠시 멈춰 있다. 투자도 잠시 멈춰야 할 때가 있다. 멈출 수 있을 때 멈추지 않으면 나중에 멈추고 싶어도 멈추지 못한다. 비극이다.
/한기석 논설위원 hank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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