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법인 '내부회계관리제' 준비 안됐다"..기업 우려에도 금융위 "예정대로"
자산 2조 이상 상장사의 종속회사 2022년부터 적용하지만
본사보다 인력 등 규모 작고 코로나탓 출장 막혀 작업 난항
재계 "경제 불확실성 커져 경영 어려움..유연한 정책 필요"
오는 2022년부터 자산 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의 본사(지배회사)에서 연결 종속회사로 강화된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 대상 확대를 앞두고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주요 상장사들이 해외 여러 곳에 많은 종속회사를 두고 있어 변경된 제도에 대비하기가 쉽지 않은데다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여파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3일 재계 및 금융 당국에 따르면 외부 감사인(회계 법인)의 검증이 강화된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적용 대상 기업이 확대되고 있다. 본사 기준 자산 총액은 지난 2019년부터 2조 원 이상에서 2020년 5,000억~2조 원, 2022년에는 1,000억~5,000억 원으로 낮아진다. 2022년에는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 종속회사에 대한 적용이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사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강화된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존의 기업 자체 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된 운영 실태 보고서의 검증 대신 외부 감사인이 직접 회사의 내부 통제 관련 전반적인 사안을 감사하게 된다. 2018년 11월 시행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신외감법)에 따라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해외 종속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국내 본사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준비 작업이 어려워진 상황을 감안해 시행 시점을 연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상위 10위권 상장사인 A사의 회계 담당자는 “지난해 2월부터 종속회사에 대한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인데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출장이 막혀 현재 준비 상황은 당초 계획의 50% 수준에 그친다”면서 “예정대로 2022년부터 강화된 제도가 시행되면 감사 비적정 의견을 받을 수밖에 없고 2023년으로 시행이 연기되더라도 촉박한 상황”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감사인의 비적정 의견은 해당 회사의 재무제표 작성 과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미다. 법적 제재는 없지만 시장에서 신뢰가 실추되는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자산 2조 원 이상 주요 상장사들은 대체로 많은 종속회사들이 여러 국가에 흩어져 있다. 시총 1위 삼성전자의 경우 연결 대상 해외 종속회사가 2020년 3분기 보고서 기준 213개에 달하며 업종은 종합 물류 대행, 소프트웨어 개발, 의료 기기 생산 등으로 다양하다. 삼성전자를 포함해 국내 시총 10개사의 해외 종속법인은 모두 545곳에 이른다.
2022년부터 예정된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 대상은 전체 연결 종속회사 중 기업과 외부 감사인의 협의를 통해 재무적으로 중요한 기업으로 선정된다. 기업들은 결국 사업 성장에 따라 대상 확대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연결 종속회사 전반에 대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수준 강화가 필요한 상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본사는 기본적으로 관리 수준이 높고 새 제도 적용 전부터 꾸준히 준비해왔으며 전담 조직 및 인원도 잘 갖춰져 있는 반면 종속회사는 대체로 규모가 작고 국가별 법·제도, 업종 등의 차이가 있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A사 회계 담당자는 “해외 종속회사에 적합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현지를 방문해 담당자들과의 심층적인 논의를 통해 현황 파악 및 제도 구축 후 실제 운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코로나19 이후 해외 법인 인력의 상당수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다 화상·전화·e메일의 비대면 방식을 활용할 수밖에 없어 의사소통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기업들의 입장을 감안해 연말까지 코로나19 영향을 다시 점검하고 필요시 관련 부담 완화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후속 조치가 없는 실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공식적으로 향후 일정에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전반에 갑작스럽게 큰 변화가 나타난 가운데 기업 경영이 어려워졌다”며 “금융 당국이 보다 유연하게 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경훈 기자 socool@sedaily.com,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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