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년에 딱 1번 회의"..식물기구로 전락한 북한인권특위 문 닫나
회의 개최 2년 연속 1회로 급감
"사실상 北인권 방치" 비판 일어
인권위에선 특위 운영 종료하고
전문위원 선임하는 방안도 검토
유엔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역주행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국가인권위원회 내 북한인권특별위원회 회의 개최 빈도가 급감해 자칫 ‘식물 기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3일 서울경제가 인권위로부터 제출받은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연도별 회의 일자 및 안건’에 따르면 인권위는 지난 2020년과 2019년 북한인권특위 회의를 연 1회 개최하는 데 그쳤다. 2011년 당시만 하더라도 연 20번 가까이 회의를 개최하며 북한 인권 개선 활동을 이어온 것과 달리 최근 2년 연속 개최 일수가 연 1회에 그친 것이다. 지난 10년간 해당 특위 회의가 연 1회밖에 열리지 않은 해는 2019·2020년뿐이다.
특위는 북한 인권 관련 안건을 검토해 인권위 전원위원회와 상임위원회에 상정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또한 북한 인권 포럼 등 국제회의에서 인권위를 대표해 참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특위 활동이 저조하다는 것은 북한 동포의 인권 개선 문제와 관련해 인권위 내부적으로는 물론이고 외교 무대에서도 우리 정부의 논의와 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북한인권특위는 북한 이탈 주민, 납북 피해자, 이산가족 등 북한 인권과 관련한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2006년 출범했다. 2011년 재출범한 후 2020년까지 전원위 의결을 통해 활동 기한을 매년 연장해왔다. 북한인권특위는 2011년 재출범했을 당시 회의를 연 17회 개최했으며 2012~2018년에도 연평균 4.6회 개최하며 북한 인권 관련 현안을 다각적으로 다뤄왔다. 현 정부 출범 후에는 대북전단살포금지법부터 사문화된 북한인권법까지 주요 현안들이 국내외적으로 부각되고 있어 과거 못지않은 특위 활동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여간 특위 활동이 뜸해진 것을 놓고 정치적으로 독립성을 지켜야 할 인권위가 정부의 대북 정책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게 됐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이후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권위와 북한인권특위의 관심이 저조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6년 국회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의 경우 제정 5년을 앞두고도 북한인권재단을 발족하지 못해 사실상 사문화되는 등 북한 인권에 대한 소극적인 행보가 이어져 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설치해 북한 인권 개선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엔은 물론이고 미국 등 동맹·우방국들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외교적 공조를 하고 있지만 인권위는 되레 북한 감싸기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논란마저 사고 있다. 인권위는 1월 인권증진행동전략(2021~2025) 보고서를 공개하며 2017년 당시 북한만 요구했던 ‘북한인권법 폐지’를 유엔 권고인 것처럼 포장해 ‘유엔인권이사회의 주요 권고 향후 과제’로 꼽았다. 이와 관련해 2008년 북한인권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태훈 변호사는 “북한 인권 관련 정책 권고를 해야 할 특위가 이를 방치하고 있다”며 “사실상 식물위원회로 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북한인권 개선’ 명목으로 해당 예산을 꾸준히 늘려 이를 제대로 썼는지에 대해 의구심을 사게 됐다. 해당 예산은 2018년 1억 5,300만 원에서 2020년 2억 2,3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특위 자체가 아예 문을 닫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인권위 10번째 북한인권특위 연장 여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한 상태다. 지난달 14일 인권위는 제2차 상임위원회에서 ‘북한인권특별위원회 운영 종료 의결의 건’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며 관련 안 상정을 철회했다. 인권위 내부에서는 특위 운영을 종료하고 북한 관련 전문위원을 선임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인권위가 북한인권특위 연장 여부를 의결할 때도 ‘특위 운영 종료’ 안건이 함께 올라왔다.
/한민구 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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